6월 6일 새벽 6시, 로마의 한 병원,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사망한다. 미국의 대사로 로마에 온 로버트 쏜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의 유산 경험이 있는 아내 케서린에게는 차마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그때 신부가 나타나 한 아이의 입양을 제안한다. 공교롭게도 그 아이는 대사의 죽은 아들과 같은 시간에 태어났다. 더군다나 그 아이를 출산할 때 아이의 엄마는 죽었으며, 돌볼 가족이나 친척하나 없는 천애고아라고 말한다. 결국 대사는 아이를 데려와 친아들로 속이고 부인의 품에 안긴다.
악마숭배자들의 계략으로 아들을 잃고 사탄의 아이를 키우게 된 부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아이에게 부족함 없는 사랑을 베푼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악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요한 계시록>에 등장하는 666을 주제로 만든 유명한 공포영화 'omen'은 '조짐' 또는 '징조'를 뜻한다. 이 단어는 원래 "좋거나 나쁜 일이 일어날 기미로 여겨지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의미하는 라틴어 중성형 명사 omen(징조, 전조)에서 유래되었다.
만약 누군가 omen의 원래의미를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어떤 그림이 좋을까?
이 난제에 대해서 네 개의 눈을 가진 창힐은 다음과 같은 그림을 제시했다.
위 그림은 幾(조짐/징조 기)의 금문이다.
그림의 앞쪽에는 가는 실타래를 그린 幺(작을 요) 두 개(幺幺)가 보인다. 그리고 그 뒤에는 병사가(人) 무기를(戈) 들고 경계하는 모습을 그린 戍(지킬 수)이다.
어떤 상황을 묘사한 것일까?
먼저 幾(조짐 기)의 뜻을 살펴보자.
그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연상할 수 있다.
달 밝은 밤 파수병이 높은 망루에 올라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望). 그런데 저 멀리에서 갓 자아낸 실과 같이 흐릿한 작은 물체들(幺幺)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수상한 낌새를 감지한 파수병은 경계태세를 갖추고 자세히 살핀다. 아니나 다를까 은밀히 다가오는 그림자는 적군이다. 적의 기습이다. 그 수가 얼마인지 정확히 헤아릴 수 없지만 앞서 오는 몇몇의 병사는 풍채가 하나같이 헌걸차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때 파수병은 나팔을 불어 위험을 경고하거나 진영의 가운데에 신호 깃대(中)를 세워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 외 파수병은 야간에 순찰을 돌며 주민을 보호하고 밤에 시간을 알리는 야경꾼 역할도 하였으며, 신년이 들면 사시와 절기를 헤아려 제일 먼저 왕에게 고하였다. 이에 백성들은 농사의 때를 헤아릴 수 있었고 제사 등의 기회를 살펴 바라거나 원하는 것을 기원할 수 있었다.
이렇듯 幾(기)의 본래의미는 '주의하여 어떤 기미를 살피다'이다.
그 쓰임새를 살펴보자.
機(베틀 기)는 베틀을 의미하는 木(나무 목)과 幾(조짐 기)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幾(기)는
파수병이 아니라 베 짜는 사람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국경을 감시하는 파수꾼의 눈으로 베틀(木)에 걸린 가는 실(幺)을 주의 깊게 살피는 모습을 표현했다.
한편 璣(구슬 기)에서 幾(기)는 하늘의 징조를 살피기 위해서 별자리를 관측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여기서
玉(구슬 옥)은 선기옥형을 가리킨다. 선기옥형은 천지 운행을 관측하고, 기상 변동을 예측하는 고대의 천체 관측기를 말한다. 혼천의라고도 한다. 선기(璿璣)란, 구슬(璿)처럼 둥근 모양을 뜻하고, 옥형(玉衡)이란, 옥(玉)으로 만든 저울대(衡)란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饑(주릴 기)는 흉년이 들어 식량(食)이 얼마나 남았는지 쌀독을 살피는 모습(幾)이며,
禨(조짐 기)는 제사장이 제단(示)에 나아가 신탁을 하고, 신이 나타내는 계시를 주의 깊게 살피는(幾)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譏(나무랄 기)는 경계하는(幾) 말(言), 즉 삼가고 주의하는 파수병처럼 태도나 행동 따위를 조심시키는 경고(警言)의 말을 뜻한다. 예를 들면, 임금의 행실을 살펴서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간(諫)하거나, 예전에 범인을 체포하려고 수상한 인물을 염탐하며 검문함을 의미하는 기찰(譏察) 따위를 뜻한다.
교훈으로 보면,
굶지 않으려면 쌀독을 열어 흥망성쇠의 기미를 살펴야 하고(饑),
조직(組織)을 잘 운영하려면 그 기틀을 잘 살펴야 하고(機),
불운이나 빌미를 막으려면 신의 뜻을 살피고(禨),
재앙을 피하려면 하늘의 징조를 살피고(璣)
나무람이나 비난받지 않으려면 자신의 언행을 경계해야(譏)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