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사람의 글쓰기
지난주 글을 올리다 보니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2년 반 전이었다. 글을 안 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브런치부터 친구들까지 “이제는 글 안 쓰냐?”라며 재촉하곤 했는데, 글을 안 쓴 기간이 쓴 기간보다 길어지니 이제는 물어보는 이가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전업도 아닌데 한동안 몰아서 글을 쓰다 보니 혼자 지쳐 쉬게 되었다. 그게 하루 이틀이 되고 한두 달이 되니,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쉽게 쓴 글도 있지만, 길게는 10시간, 지금과 같은 A4 용지 한두 장 분량의 짧은 글을 쓰는 데에도 보통 6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저 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오롯이 글쓰기에 집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 다른 원인을 찾자면 예민함 때문인 것 같다. 평소에 ‘내가 예민하다’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예민한 사람의 특징”이라는 SNS 게시물을 보고, ‘나와 비슷한가?’라는 생각에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녀의 대답이 단호했다.
“너 몰라? 너 엄청 예민해!”
절친한 그녀의 명쾌한 대답에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글 쓰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도 글 쓸 때 더욱 드러나는 예민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의미에 맞는 단어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지금도 글 한 편 쓰는데 사전을 수십 번 뒤져본다. 이건 토씨 하나, 단어 하나에 바뀌는 어감까지 신경 쓰던 ‘외교부식 글쓰기’에서 밴 습관 같기도 하다.
지난 글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던 첫날, 오랜만에 자리에 앉아 글을 써 보았다. 생각도 정리하고, 여러 해 동안 끼적이다 만 글들을 마저 쓰고 싶었다. 생각을 덜어내기 위해 쉬어가기로 했는데, 더 예민해지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사실 가진 재능에 비해 글쓰기를 좋아하긴 한다. 지금까지 학교, 직장, 여러 모임에서 다양한 호칭으로 불려 왔지만, 가장 좋아하는 호칭은 “작가”였다.
지금도 친구나 브런치로부터 “한 작가” “작가님” 소리를 들을 때면 설렌다. 그래서 아이러니하지만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덜어내고 싶었나 보다.
한창 글을 쓰지 않고 있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주말 계획을 물어왔다. “별다른 계획 없다.”라는 나의 대답에 다시 글을 쓸 것을 권하던 친구가 말했다.
“과거의 추억이 될 오늘의 추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때?
다시 글을 써 봐.”
그렇게 과거의 추억이 될 지금 쉬어가는 동안의 추억도 만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