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짱구의 뒷모습과 닮은 주완이의 뒷태. 바라보는 내내 흐뭇했다.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짱구의 하루, 라고 시작하는 만화 오프닝 주제곡에 나는 늘 설레었다. 짱구에는 꽤 열정적이었다. 얼만큼 열정적이었냐면, 캐릭터 피규어를 사모으고 만화 방영시간에 맞춰 비디오로 녹화해서 하루종일 틀어놓고 밥 먹고 숙제할 만큼. 그 나이대라면 으레 그러해야할 상황에 그러하게 행동하지 않는 짱구가 신기했다. 내가 못하는 걸 해내는 짱구가 어떤 면에선 부럽기도 했다. 한동안 짱구를 잊고 지내다가 주완이의 뒷모습을 보고 ‘짱구 닮았어’라는 아내의 말에 예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히로시의 회상’이라는 영상이 있다. 극장판 ‘어른 제국의 역습’에 나오는 이 장면은 다시 봐도 명작이다. 짱구 아빠 히로시가 자기 인생의 크고 작은 장면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리는 내용이다. 자신의 아빠 뒤를 졸졸 따르던 꼬맹이 아들이 이제는 아들 짱구를 이끄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것이다. 어느덧 나도 그렇게 되었다. 아들에서 아버지로.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잘 살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202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