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정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야.”
중학교 시절 단짝 친구가 말했다. 친구의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엄마 홀로 힘들게 자식을 키웠다. 슬하에 두 딸과 아들이 있었다. 생활고에 시달린 탓에 엄마는 아들을 사랑으로 잘 품어주지 못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에도 바쁜 처지였기 때문이다. 친구는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어린 나이부터 이 안타까운 가정사를 감당해야만 했다. 그런데도 항상 밝게 지내고 장난기가 넘쳐서,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속사정을 모르고 지나칠 만큼 철이 꽤 빨리 든 친구였다.
부모님 두 분 다 잘 계시고 외동아들인 덕에 내가 원하는 것은 다 살 수 있는 가정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그의 감정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가끔 가다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느샌가 친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런 그의 간절한 소망은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다. 여기서 평범한 가정이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고, 입에 풀칠하지 않고 밥벌이하며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가정을 의미했다. 자식에게 어떻게 해주고 싶은지를 아이의 연령대별로 설명해주곤 했다.
친구의 꿈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 많은 돈, 명예가 아니었다. 소박해 보이지만 소중한, ‘평범함’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가 말한 ‘평범한 가정’은 나에겐 태어나 보니 주어진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에겐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대화는 늘 친구의 평소 성격대로, 진지함에다 웃음이 섞인 그의 조언으로 끝났다.
“야, 니 진짜 부모님한테 잘해라. 두 분 다 잘 계신다이가. 그거 당연한 거 아이다. 감사해할 줄 알아야 된다, 니가.”
13년이 지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곱씹게 되는 말이다.
그거 당연한 거 아이다. 부모님한테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