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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월파’...전세계 여자들이 뛰노는 춤싸움판

네가 최고? 나도 최고!

by 향연

“세계 왁킹 씬에서 본인의 레벨은 어느 정도인가요?”

“TO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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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키는 자신만만했다. 운명의 라이벌인 립제이와 배틀을 앞두고도 자신이 ‘최고의 왁킹 댄서’ 임을 자부한다. 그는 11년 전 립제이와의 배틀에서 세 번의 무승부 끝에 패했다.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트(이하 ’월드 오브 스우파‘)’ 1회 방송에서 이부키는 배틀 존에 서서 립제이를 바라보며 “(배틀 상대를) 굳이 누군지 말해야 되나”라고 운을 띄운다. 립제이는 “Hello sister”라며 경쾌하게 응수한다. 이번 배틀의 결과 역시 무승부. 그러나 마지막 재대결 끝에 다시 립제이가 승리를 가져간다. 그래도 본인을 “TOP1”이라 칭했던 이부키를 비난하는 이는 없다. 여전히 그녀가 최고임은 전 세계 댄서들이 아는 사실이다. 여기는 최고 중의 최고가 모인 스월파다.


여성이 나온 수많은 경연 콘텐츠 중에 출연자들이 “자신이 최고”라며 자부심을 전면에 표현하는 콘텐츠가 얼마나 있었을까. ‘PICK ME’를 외쳤던 프로듀스101,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을 한 줄에 세워 미스코리아를 연상시켰던 미스트롯과 ‘월드 오브 스우파’는 결을 달리 한다. 여성 직업인들의 자부심과 세계관을 자세히 다룬 콘텐츠는 없었다. ‘스트릿 댄스’는 기본적으로 자기도취를 기본으로 한다. 자신의 기술과 춤 스타일을 연마하며 ‘자신의 춤’의 ‘최고버전’을 찾아간다.

KakaoTalk_Photo_2025-06-22-12-52-05 001.jpeg 여자의 악마, 에이지 스쿼드의 리더 카에아

같은 스트릿 씬 안에 있는 한 선생-제자, 라이벌 등 다양한 관계가 생긴다. ‘치열한 경쟁’을 주 무대에 세우는 한편 여성들 간의 화해와 연대도 중요한 지분을 차지한다. 이 점이 또 다른 여성 경연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와 다른 점이다. 10여 년 전, 자극적인 ‘혐관’으로 밑도 끝도 없는 디스전을 보여줬던 언프리티 랩스타의 프로그램의 구성보다는 입체적이다. 서로를 미워하고 헐뜯는 디스전이 아닌 몸짓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자신이 최고임을 자부할 뿐이다. 어떤 여성은 박시한 티를 입고 정통 힙합을, 비키니 상의만 입고 섹시한 힐댄스를 소화한다. 그 누구도 남의 시선에서 대상화되진 않는다. 춤은 애초에 남을 헐뜯기 위해서 할 수 없는 장르다. 그저 정정당당하게 ‘나’의 존재감을 발산하며 자신의 기술을 뽐낼 뿐이다.


스우파1, 2에서 해냈던 최고들의 싸움을 스월파는 ‘전 세계’로 넓혔다. 하나의 스트릿 장르를 깊게 파는 특징이 있는 ‘오사카’와 커머셜한 안무를 주 장르로 삼는 ‘도쿄’의 일본 댄스대전. 세계적인 댄스 크루 ‘로열 패밀리’와 ‘로열 패밀리’의 원년 멤버들이 대거 포진돼 있는 호주 팀 ‘에이지 스쿼드’의 신구 대결. 스우파 시즌1의 리더들로 구성된 한국 팀 ‘범접’과 미국 본토 힙합을 보여주는 미국 팀 ‘모티브’까지. 더욱 다양한 댄스 씬을 보여준다.‘리에하타’ ‘카에아’ ‘쿄카’ 등 세계적인 댄서들이 한국에 왔고 그만큼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됐을 테지만 ‘스우파1’을 뛰어넘을 재미를 줄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 최고의 여성 댄서들이 내는 시너지는 얼마나 더 강력해질까. 매주 화요일 밤 10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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