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자씨에겐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

정의구현 스토리의 윤리적 딜레마 영화 '친절한 금자씨'

by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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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사적 제재’를 소재로 한 가장 훌륭한 콘텐츠를 꼽으라면 단연 ‘친절한 금자씨’를 뽑겠다. 복수의 주체인 이금자(이영애)가 아동 유괴 사건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점에서 다른 '복수' 콘텐츠와 결을 달리한다. 복수와 속죄를 동시에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백한상(최민식)은 금자가 미성년에 임신한 아이를 맡아준다는 핑계로 그에게 자신이 저지른 아동유괴 죄와 살해 죄를 뒤집어 씌운다. 금자는 백한상이 ‘원모’라는 아동을 유괴하고 살인했을 때 이를 방관한 죄가 있다. 그러나 감옥 안에서 그녀는 복수를 위해 또다른 악인을 살인하며 ‘죄’를 적립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그녀에겐 오로지 백한상을 향한 '복수'라는 불꽃 하나만 있으므로.


오히려 종교의 대리인으로 대표되는 목사에게 “너나 잘하세요”라고 응수한다.


스크린샷 2025-08-11 오후 5.43.17.png 너나 잘하세요.


금자가 감옥을 나와 알게 된 것은, 그녀가 감옥 안에 있을 동안 백한상이 또 다른 아동들을 유괴하고 살해했다는 점이고, 그가 그녀의 딸을 돌보지 않고 해외로 입양을 보냈다는 점이다. 금자가 미칠듯한 복수심에 기절한 백한상의 머리카락을 마구 자르는 장면, 금자가 원모의 부모 앞에서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는 장면은 그의 마음 속에 있는 광적인 복수심과 속죄의 진실성을 보여준다.


금자는 피해 아동들의 부모들과 함께 백한상을 살인하며 끔찍한 복수를 끝맺지만 그녀는 끝내 속죄받지도, 구원받지도 못한다. 첫번째 유괴 아동인 원모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 현실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원모의 환영을 보며 울부짖는 금자, 친딸이 선물해준 두부 모양의 케이크를 먹지 못하고 그 속에 얼굴을 파묻는 금자는 그 어떤 신으로부터도 용서받지 못한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아온 딸과 소통할 수도, 죽은 원모가 살아돌아오지도 못하는 이 복수를 어떻게 해야 할까.


‘더 글로리’의 문동은처럼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


'그 어떤 영광도 바라지 않고' 시작된 복수는 파멸 속에서 끝맺지만 그 어떤 신이 금자를 감히 판단할 수 있을까. 자신의 자식도, 양심도 선택하지 못해. 더럽혀진 삶을 어떻게 깨끗이 만들 수 있을까.


‘친절한 금자씨’의 포스터는 마치 성모마리아를 연상시킨다. 머리 위로 승천하는 빛과 친절한 눈빛. 하얀색 블라우스까지. 게다가 '산소같은 여자'라는 별명의 이영애의 마스크는 성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금자는 성모 마리아처럼 성스럽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여자다. 친절해보일까봐 빨갛게 눈을 칠하고 다니며 복수를 위한 칼날을 간다. 요즘 정의 구현 콘텐츠는 '시사방송 PD'나 '검사'가 나와서 범죄자를 벌한다. 더 나아가 '모범택시' '비질란테' 같이 특정 집단이 악인을 응징하기도 한다. 끝판왕으로는 '지옥에서 온 판사', '노무사 노무진'과 같이 악마와 같은 신적인 존재가 악인에게 '절대적인' 응징을 내리는 경우다.


그러나 금자의 경우는 다르다. 어떤 강한 자의 손도, 절대자의 역할도 빌리지 않는다. 신적 제재를 오히려 거부하며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속죄하지 못할 복수의 칼날을 간다. 그녀는 ‘회개하면 천국간다’는 종교적 메시지에 반기를 들며 회개 대신 복수를, 천국 대신 지옥을 선택한다.


요즘 '복수'콘텐츠는 공적 제재와 사적 제재를 넘어서 신적 제재로 돌아왔지만 결국 '클래식은 영원하다'를 외치며 다시금 ‘복수’의 가치를 올려다 본다.


ㅇ.jpeg 왜 눈만 시뻘겋게 칠하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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