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_느린 여행
유후인 역에서 내려 숙소까지는 택시로는 5분 걸어서는 20분이라고 했다. 걸어서 갈까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 날씨가 좋은 김에 짐을 끌고 주변을 어슬렁 대다보니 어느새 숙소 쪽을 향해 걷고 있었다. 정말 잘 내린 결정이었다.
유후인 역에서 숙소까지 걸어갔던 그 길은 숙소를 못찾아 한참을 헤멨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기억 중 가장 예쁜 길 중 하나로 남아있다.
유후인엔 근사한 게 정말 많다. 이름 그대로 물고기 비늘같이 반짝이는 긴린코 호수, 호수 옆 유명한 소바집,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즐비한 유노추보 거리, 그 길에서 사먹는 꿀 박힌 아이스크림, 재즈가 흘러나오는 아담한 파란벽 커피집, 꽃들이 만발한 정원을 내다보며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아늑한 료칸, 친절한 직원들이 끊임없이 가져다주는 정갈한 요리, 그리고 또 그리고 또 … 얼마든지 많지만 그 중에서 단연 가장 근사한 것은 역시 숙소를 찾아 걸어가던 길에서 본 마을 풍경들이었다.
관광객들로 보글거리는 유후인 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금새 이 곳이 관광지라는 것을 잊게 하는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길이 펼쳐진다. 마을 주민들이 이따금씩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뿐 마을 속으로 걷다보면 길가의 가게들도 드문드문해지다 이내 없어지고 고요한 논밭과 다정해 보이는 주택들만 남는다.
항상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어쩜 저렇게 시골 마을들을 이쁘게 그렸을까 했었는데 마치 그 마을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이웃집 토토로의 사츠키와 메이가 트럭에 짐을 한껏 싣고 덜컹덜컹 이사오던 그 길을 따라 걷는 듯 신이 나는 길이다. 유후인 뿐 아니라 다른 마을 길들도 아기자기하게 조용조용 동화 속을 걷는 그런 분위기들이 있다. 사츠키와 메이같은 땡글땡글한 작은 얼굴들이 저 창문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그런 분위기가 있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온통 그 마을길 사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