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_느린 여행
토스카나의 숙소는 초원길을 달리고 달리다가 비포장도로로 들어서 30분 이상을 들어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근처에 딱히 이렇다 할 만한 도시는 없다. 도로에서 벗어나 비포장도로로 들어서려면 이정표 따위는 없고 커다란 쓰레기통 두 개가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당연히 이 쓰레기통은 번번이 놓치기 일쑤였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양쪽으로 빼곡히 차있는 비포장도로는 언덕 위로 위로 올라가는 정말 말 그대로 비포장도로. 차 양쪽이 긁히지 않고 빠져나오기는 힘들다. 양들이 다니는 길이지 자동차 지나가라고 만들어진 길은 아니다. 한참 동안을 언덕과 나무만 보며 언덕 꼭대기를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면 넓은 초원 꼭대기에 예전에 돼지 키운던 농가를 개조한 숙소가 나온다.
이곳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에 비하면 숙소는 너무나 능청맞고 태연하게 평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웃는 얼굴의 스텝들과 한가롭게 수영장에 둥둥 떠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만 속아서 방금 그 길을 지나오고 이 사람들은 훨씬 더 편한 길로 온 건지 아니면 이들은 여기에 영원히 살고 있었던 건지 하는 의심이 든다.
이곳은 정말 조용하다. 가끔 양들이 지나가면 목에 걸린 종소리가 들리고 날이 흐려지면 바람이 부는 소리가 나고, 그리고 그게 다다. 사방에는 아무것도 없다. 언덕과 양 떼, 구름이 슬슬 지나간다.
숙소 방 안은 이 풍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차분하고 따사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