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_느린 여행
토스카나 들판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꼭 보고 싶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숙소 앞 들판은 조용하고 끝도 없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 아직 어두운 숙소 밖으로 나오면 어디선가 날씬한 고양이가 나타나 부탁하지도 않은 안내자 역할을 한다.
언덕 위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점점 밝아오는 들판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사이 충실한 고양이는 다리 사이로 들어와 몸을 비비다가, 멀찌감치 떨어져 함께 들판을 바라보다, 열심히 그루밍을 하다 문득 사라지곤 한다.
그리고 땅끝에 걸려있던 해가 떠올라 동그래지면 양 떼… 양 떼가 나타난다. 양들은 안내자 고양이처럼 자신의 존재를 뽐내며 나타나지 않는다. 멀리서 희미하게 딸그랑딸그랑 종소리가 들리는가 싶어 돌아보면 어느새 들판을 가득 덮고 있다.
양 떼들이 나타나는 모습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를 내며 은근하면서도 압도적이다. 누군가 카펫 위에 손을 올려 부드러운 털을 한쪽으로 쓸어내리는 것처럼 양들은 소리도 없이 넓은 들판의 결을 순식간에 바꾼다.
그리고 들판은 금세 눈부셔진다.
부엌에서 아침 차리는 소리가 들린다. 참 근사하게 시작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