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육수 수업
얼마 전 평양냉면을 먹고 왔다.
여름이 다 끝나가고 쌀쌀한 계절에 무슨 냉면이냐고 하겠지만, 본래 냉면은 겨울 음식이다.
동치미 국물과 메밀 수확 시기인 겨울에 즐기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냉면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오늘은 내가 평양냉면을 즐기게 된 계기와
육수를 이해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국물 요리를 먹을 때 국물보다는 건더기를 더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국물 맛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아주 깊은 조예가 있는 편은 아니다.
내가 20살 초반,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그곳 대표님이 밀면에 빠져 계셔서 내 상사는 밀면 육수를 개발하고 있었다.
돼지 뒷다리를 물에 넣고 끓여 맛보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단순히 물에 돼지고기 살만 삶았을 때는
그야말로 ‘맹탕에 고기 빠진 맛’이었다.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진하고 감칠맛 나는 고기 육수와는 달랐다.
그 대신, 나는 그때 처음으로 ‘순수한 고기 육수의 맛’을 알게 되었다. 그다음에는 다시마 육수를 섞었다.
그전보다 나았지만, 여전히 어딘가 부족했다.
그다음은… 노코멘트.
이 시기에 나는 평양냉면과 밀면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래서 평양냉면을 처음 접했을 때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 이건 고기 육수의 맛이구나. 이 맛을 내기 위해 정말 많은 고기가 들어가겠구나.”
그때 그렇게 느꼈다.
20대 중반쯤, 우연히 부산의 돼지국밥집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맑은 고기 육수를 내기 위해
압력솥을 쓰거나 큰 들통에 물, 고기, 채소를 듬뿍 넣고 끓였다. 예전에 내가 물에 고기만 넣고 끓였을 때보다 훨씬 진하고 깊은 맛이었다.
그때 나는 마치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육수의 수수께끼’를 풀어낸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 국밥이나 국물 요리를 먹을 때 메인 재료보다 국물이 더 귀하게 느껴졌다. 요즘은 국물 요리를 먹으면 꼭 국물까지 싹 비워낸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매년 평양냉면 맛집을 탐색하며 다닌다. 서울의 오래된 노포부터 새로운 감각의 모던 냉면집까지, 그 안에서 또 다른 ‘육수의 세계’를 발견하곤 한다.
오늘은 내가 고기 육수의 맛을 이해하게 된 이야기를 했지만,
다음에는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국물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