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게 하나 없어
한국 음식의 특징은 버리는 것이 없다는 데 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이 많은 우리 땅의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것을 끝까지 활용하며 살아왔다.
어느 정도로 ‘버리지 않고’ 먹느냐 하면, 소 한 마리를 잡아도 머리부터 꼬리까지, 내장과 뼈까지 모두 음식이 된다. 식물도 다르지 않다. 마당에서 흔한 잡초처럼 보이는 돌나물과 비름나물,
독이 있는 고사리는 삶고 말려 독을 제거해 먹는다. 두릅순처럼 먹을 수 있는 시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들도 있다. 양파 역시 흰 속살만 먹지 않는다. 껍질은 염료나 육수로 쓰이고, 제철에 많이 난 채소들은 절여 오래 보관한다. 과일은 술이 되고, 남는 것은 또 다른 발효의 재료가 된다. 버려지는 것이 거의 없다.
이렇게 모든 것을 쓰기 위해
한식의 조리법도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끓이고, 푹 고우고, 찌고, 데치고, 말리고, 삶고, 조리고, 절이는 일들. 여기에 가마솥 같은 도구가 더해진다.
무겁고 두꺼운 뚜껑, 큰 용량, 그리고 오랜 시간 불 앞에 서 있던 사람의 손길.
한식은 짧은 시간에 완성되는 음식이 아니다.
기다림과 인내를 거쳐 만들어지는 음식이다.
그래서 음식 하나가 완성되기까지의 시간을 떠올리면,
남기는 일은 자연스럽게 사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의 식품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하우스 재배와 품종 개량으로 딸기는 겨울에도 나오고,
공장형 농업과 대량 수입으로 먹거리는 사시사철 넘쳐난다. 그 결과 상품성이 없거나 제값을 받지 못하는 농산물들은 대량으로 버려진다.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가장 많이 버리는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우리 땅에서 나는 것들이 계속 재배되려면 그만큼 소비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함께 생각해 보게 된다.
한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인기가 오래가려면 ‘맛’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식이 어떤 태도와 가치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이 음식을 만들어내는 우리 땅의 농수산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함께 전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음식을 하는 한국 사람으로서, 나는 그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음식은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한식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믿음이다.
가끔 내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
잘 차려진 한식을 천천히 씹으며
그 생각도 함께 삼켜버렸으면 좋겠다.
한식이 그러했듯, 우리도 모두 쓰임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