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식을 좋아하는 이유 - 첫번째 이야기
나는 스무 살 초반, 한식을 공부하며 음식을 전공하다 보니 식재료에 관심이 생겼고, 식재료를 들여다보다 보니 자연환경으로, 자연환경을 생각하다 보니 지속가능성까지 생각이 뻗어 나아갔다.
가끔 나는 우스갯소리로
“음식을 공부하는 건 세계 평화를 꿈꾸는 일일지도 몰라”
라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나는 향토음식, 지역 특산물, 버려지는 농산물, 토종 농산물에 관심이 많다.
나는 단순히 ‘한식을 전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고등학생 때 했던 요리 철학 수행평가 글을 다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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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적었던 글 일부>
“어떤 음식이 좋은 음식일까?”
이 질문에 대한 수많은 대답 중, 이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슬로푸드’
발효음식, 찌고 삶는 우리나라 전통 조리법, 제철 음식 등 이 음식들은 모두 시간이 필요한 음식들이다.
발효음식은 몸에 좋고, 찌고 삶는 조리법은 100도를 넘지 않아 영양소 파괴가 적으며, 기름 사용이 적어 몸에도 부담이 덜하다.
제철 음식은 그 계절에 필요한 영양을 채워준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땅과 물에서 오고, 그 땅과 물이 오염되면 결국 우리의 식탁도 영향을 받는다. 고기 소비가 늘어나면 가축 분뇨로 물이 오염될 것이고,
예쁜 과일만 찾으면 농약으로 토양이 오염될 것이다.
나는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 땅에서 난 음식이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가게를 열게 된다면 우리나라 농산물을 애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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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저 수행평가였고, 조금 유난히 생각이 많은 학생의 글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음식과 환경, 그리고 우리의 땅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한식을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나는 원래
이런 음식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제철을 기다리고,
오래 끓이고,
시간을 들여 발효시키고,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음식.
그래서 나는 한식을 좋아한다.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음식에 시간을 들이고,
자연을 존중하며,
결국 사람의 마음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