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미역국

by 쏘피

나는 저번 주에 생일이었다.

이번 생일에는 엄마가 건홍합이 들어간 미역국을 끓여주셨다.


동생이 태어나고 엄마가 산후조리를 하실 때, 내 기억으로는 약 세 달 동안 건홍합을 넣은 미역국을 정말 지겹도록 먹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한 달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게 지겹게 먹었던 홍합 미역국이 오히려 내 추억 속에 진하게 자리 잡았다. 소고기 미역국과는 다르게 기름진 맛없이 맑고 시원한 국물. 초록색 미역 사이로 보이던 주황빛 홍합도 아직 선명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생일에 미역국을 먹게 되었을까.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출산 후 산모에게 흰밥과 미역국을 끓여주는 ‘첫국밥’ 풍습이 있었다. 미역은 요오드가 풍부해 모유 분비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고, 산모의 회복을 돕는 음식으로 귀하게 쓰였다. 이때의 미역국은 쇠고기를 넣지 않고, 간장과 참기름만으로 담백하게 끓였다.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내가 태어날 때 고생했을 어머니의 몸과 마음을 기억하고, 그 은혜에 감사하며,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음식이 된 것이다.


산모가 먹을 미역은 특히 ‘해산미역’이라 하여 넓고 길게 붙은 것으로 고르고, 값을 깎지 않고 사 오는 풍속도 있었다. 미역을 꺾어 주면 난산한다는 믿음 때문에 꺾지 않고 새끼줄로 묶어 주기도 했다. 한때는 ‘산모용 미역’이라며 품질 좋은 미역을 백화점에서 비싸게 판매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미역국은 출산 의례인 삼신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삼신상에는 미역과 쌀, 정화수를 올리고, 지역에 따라 한지를 깔고 가위와 실, 돈을 함께 올리기도 한다. 출산 직후 삼신상에 올렸던 미역과 쌀로 첫 국밥을 지어 산모에게 먹였고, 이후에도 3일째, 7일째, 14일째, 21일째에 삼신상을 차려 산모와 아이의 안녕을 빌었다. 이 상을 차리는 사람은 대개 시어머니였고, 방 안 머리맡에 짚을 깔고 상을 놓아 아이가 탈 없이 자라기를 기원했다.


어릴 때는 이런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생일이면 당연히 먹는 국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요리를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가족 생일마다 미역국을 끓이던 사람은 늘 엄마였다는 걸.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 생신날만큼은, 내가 미역국을 끓이려고 한다.


우리나라 음식은 그냥 먹는 법이 없다. 다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미역국은 대대로 이어져 온 엄마들의 사랑이 담긴 음식이고, 자식의 자식까지 건강하길 바랐던 조상들의 마음이 담긴 음식이다.


그래서 생일날 먹는 미역국 한 그릇에는 내가 태어난 날의 이야기와 나를 낳아준 사람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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