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꿀맛

흰쌀밥에 김치

by 쏘피

나에게 기억에 남는 밥이 있다.


내 기억 속 그 밥은

향이 구수했고,

첫 입에 느껴지는 달큰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스티로폼 도시락에 담겨 있던 밥과 김치.

그 맨밥에

겉절이처럼 갓 무친 김치를 곁들여 먹었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밥과 김치뿐이었는데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그 밥을 먹고 나는

“밥이 달아”라고 말했다.

엄마는 웃으면서

“힘들게 땀 흘리고 먹어서 그래”라고 하셨다.


그때는 왜 그런지 몰랐다.


5~6살 무렵, 엄마와 함께 떠난 여행이었다.

산을 오르는 일정이었던 것 같은데,

산 아래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으로 먹을 밥과 김치를 따로 싸 들고 올라갔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길,

벤치에 앉아 먹었던 그 밥.


그때 먹었던 밥은

내 기억 속에서 아직도 ‘꿀맛’으로 남아 있다.


너무 신기했다.

밥이 마치 설탕을 뿌린 것처럼 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밥이 왜 달지?’

어린 마음에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알게 됐다.

밥은 다당류라서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는 음식이라는 걸.


그렇지만 그날의 밥맛은

단순히 성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힘들게 걷고,

배가 고프고,

밖에서 먹는 그 순간까지 더해져

그날의 밥은 더 달게 느껴졌을 것이다.


지금까지 더 좋은 쌀로 지은 밥도 많이 먹어봤지만,

내게는 여전히 그때 그 밥이 가장 맛있게 남아 있다.


땀을 흘리고 먹는 밥이

이렇게까지 달고 맛있을 수 있나 싶었던 그 순간.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그날, 그 밥맛을 잊지 못한다.


가끔은 이유 없이

흰쌀밥이 생각나는 날이 있다.


힘든 일이 있었던 날이거나,

괜히 힘을 내고 싶은 날이면 더 그렇다.


그럴 때면 나는


그날처럼 밥을 한 숟갈 크게 떠서

천천히 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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