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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 J Jun 25. 2019

혼자지만 괜찮아.

충전이 필요해


12시간의 시차를 3일 꼬박 견뎌내고 돌아와 이틀을 내리 쉬었다. 이어 이른 아침 퀵턴 스케줄을 위해 일찍이 불을 끄고 누워는 있었지만 밤낮이 바뀌어서 잠은 포기하고 눈만 감고 있다 밤을 꼬박 새 버렸다.


결국 진한 커피 두 잔을 내려 마시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아침 6시 브리핑을 위해 회사로 가는 차 안에서 졸음이 쏟아졌다. 아직 진짜 비행은 시작도 안 했는데.


그렇게 정신력으로 하루를 버티고 다음 날 바로 또다시 장거리 비행을 했다. 이런 상황에선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린 기분이 든다.



승무원이 되기 전, 친구들을 만날 때면 항상 사람이

많고 붐비는 장소를 좋아했었다. 이름도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뿜어 내는 기분 좋은 에너지가 나에게 까지 전해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시절의 나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을 스스로 다잡는 것 대신 타인들로부터 오는 찰나의 행복을 주로 삼았던 것 같다. 마치 함께 있으면 이 세상의 모든 슬픔, 고민들도 깨끗하게 사라질 것만 같았으니까.


외항사 승무원이 되기 전 까지는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거나 카페에 간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비행을 시작한 이후


물론 많은 친구들을 만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일도 여전히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차츰 타지 생활을 시작한 동기들과 나는 그 방법에 있어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각자 비행 스케줄이 다르다 보니 동기들과 했던 외식, 쇼핑도 손에 꼽는 날이 더 많아졌다. 동기들을 만나고 또 가끔은 친하게 지내는 로컬 회사 동료와 함께 현지인들만 아는 맛집이나 명소에 가기도 하지만 스케줄 근무 특성상 혼자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타지에 가족, 친척 그리고 나의 오랜 벗들이 없다는 것 또한 일찍이 받아들이는 편이 나에게도 이롭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동기들은 결국 한국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사람이 붐비는 주말보다 평일에 여유롭게 쇼핑을 한다거나 간단한 식사나 커피 한잔을 즐기는 여유가 생겼다.


비행하는 긴 시간 동안 기장님과 10명 이상의 동료들, 수백 명의 승객들과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 함께해서인지 이제는 비행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많은 장소보다는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지내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고 좋게 말하면 함께 보내는 시간과 혼자만의 시간의 밸런스를 잘 맞추게 되었달까.


나뿐만 아니라 모든 승무원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재충전한다고 말한다. 각자 이유는 다르겠지만 공통점은 승무원이 되고 나서 혼자의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내가 좋아하는 카페로 나선다. 그곳에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지럽고 피곤했던 생각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문득 외로움이 밀려오는 날이면 오늘이 사직서를 내고 마지막으로 비행을 하는 날 이라고 상상을 해본다. 상상뿐인데도 벌써 아쉬워지는 걸 보니 이곳이 제2의 고향이 된 것만 같다.


가끔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새 힘을 내도록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일이 나에게는 더 큰 원동력이 되는 요즘이다.


내 마음을 다스리고 결정하는 것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기에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외항사 예비승무원이라면 한국을 떠나기 전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연습(?)을 하고 조인하시길 당부드린다. 그 시간이 익숙하신 분이라면 외항사 승무원으로서 반은 적응한 셈이라고 해도 될 만큼 중요하다.


새로운 걸음을 시작하며 앞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될 모든 예비승무원 분들을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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