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엿집

by 소운

큰집은 우리 집에서 십 리나 떨어진, 산기슭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급한 심부름이나 볼 일이 있을 때, 나는 인적이 드문 지름길을 자주 이용했다. 큰집에 거의 다다르면, 야트막한 산자락을 넘어야 했다.

그곳에는 넓은 너럭바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바위 가장자리에는 특이한 구조물이 있었는데, 마치 헛간 같기도 한 동네 상엿집이었다.

소달구지도 지날 수 없는 비탈길 아래에 서면, 나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다잡았다. 중턱에 다다르면, 상엿집의 문이 어김없이 내 앞에 나타났다. 눈을 돌려도, 그 문은 계속 내 시선을 끌었다. 왜 다른 곳에 자리하지 않고, 굳이 이 외딴곳에 상엿집을 두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간발 네 할아버지로부터, 사촌들과 함께 토마토 서리하다 들켜 혼쭐이 났던 동철이의 아버지까지, 모두 저 상여 위에 꼼짝없이 눕고는 상수리나무 우거진 능선을 따라 떠나버렸다.

동네 스피커로 들었던 ‘전설 따라 삼천리’가 문득 떠올랐다. 큰집 할아버지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송장, 귀신, 소복을 입은 여자들이, 왜 여기만 오면 유독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까.


길옆에는 새하얗게 질려버린 찔레꽃들이 무수히 피어 있었다. 그 향기를 한 번 맡았다가, 머리가 핑 돌아 혼쭐이 나기도 했다. 이곳에 찔레꽃들이 많은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였다.


반질반질 닳아버린 검정 고무신이 그때마다 원망스러웠다. 특히 마사토가 많던 비탈길을 오를 때마다 자꾸만 미끄러졌다. 상엿집 문은 여느 집과는 달리 아귀가 맞지 않아, 밖에서 보면 문 안쪽으로 상여나 제구의 일부가 음산하게 드러났다.


한 번 미끄러지면,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그때마다 나는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렇다고 행인이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었다. 빨리 심부름을 마쳐야 했기에, 나는 용기를 내어 살금살금 기다시피 했다.

상엿집 앞을 까치발로 급히 지나쳐, 뒤돌아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귀신이 달려 나온다고 해도, 큰집과는 거리도 가깝고, 내리막길이라면 자신 있었다.

상여를 따르던 구슬픈 소리도, 그 많던 만장들도 이제는 하나도 없었다. 너럭바위 위로는 세찬 바람만이 넘나들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또 부를 때를 대비해 상여는 불편한 몸을 뉘어 선잠에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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