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아저씨

by 소운

우리 옆집에는 이상한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그날도 나는 모기장으로 된 봉창을 통해 들여다보았다.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한 골방에는 이부자리가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방 한쪽 구석에는 마치 염소똥처럼 배설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마구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속옷 차림의 아저씨는 이부자리 위에 앉아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누군가를 앞에 두고 조목조목 논박하는 것 같았다. 그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고 확신에 차 있었으며, 가끔은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집 앞을 지나면 그 방의 문고리에 숟가락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왜, 아저씨는 하루 종일 방 안에만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아저씨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았다. 봉창은 창호지로 막혀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곳을 볼 때마다 기이하게 느껴졌다.

방과 후, 학교를 나서는데 현이라는 친구가 내게 달려왔다.

“내가 이상한 사람을 봤어.”

“어디서?”

“조금 더 가면 외딴집이 있잖아?”

“재봉틀로 일하던 그 집?”

“응! 거기에 미친 사람이 있는데,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친구는 그 집 앞을 열 걸음 정도 남겨두고 멈춰 섰다. 책보 끈을 풀더니 어깨에 단단히 둘러메고, 나에게 미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그냥 가자고 해도 친구는 막무가내였다.

작은 창문이 조금 열려있었다. 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리는 사람은 바로 이웃 아저씨였다. 밝은 곳에서 처음 본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그의 눈빛은 섬뜩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아저씨는 폭력적이지 않을뿐더러,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친구는 고개를 숙인 채 그 집 앞을 급히 지나쳤다. 아저씨는 항상 창 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친구와 함께 있을 때면 나는 늘 고개를 끄덕였고, 친구는 길들여진 강아지처럼 달음박질쳤다.


우리 가게에는 아주머니들이 자주 들렀다. 특히 혼숫감을 사려 올 때면 여러 명의 아주머니들이 와서 오래 머물렀다. 물건을 사고 나면 수다로 시끌벅적한데, 내가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췄다.

“아까운 총각인데, 안 됐어. 머리가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내가 자세히 들으려 하자, 말을 하던 아주머니는 말머리를 돌렸다. 나는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집에 갇혀 사는지 궁금했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한때 이웃이었다. 부모님께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런 질문을 하면 꾸지람만 듣게 될 것 같았다.


시골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아이, 강아지, 닭 울음소리마저 끊어진 그 집은 언제나 적막했다. 나는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창문과 돌아앉은 집안 마당을 유심히 살펴보곤 했다. 어느 날, 툇마루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던 할아버지가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며 말문을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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