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침부터 투정이야!”
“내 이야기는 하나도 안 들어주잖아요!”
“꼬박꼬박 말대꾸야!”
어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향했다. 뽀로통해진 나는 부엌을 나와 2층 내 방으로 올라갔다.
‘흥, 그래!’
나는 울분을 삭이며 결심했다. 방 뒤편에 있는 넓은 홀로 나섰다. 벽에는 나락 가마니들이 줄지어 놓여있고, 홀 중앙에는 넓은 멍석이 깔려 있었다. 빈 가마니 두 개를 들고 가장자리로 갔다. 시멘트 바닥에 가마니 한 장을 깔고,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은 뒤 그 위에 누웠다. 남은 가마니로 몸을 덮으니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딱 맞았다.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을 거야.’
‘흥! 이제부터 단식이다. 나중에 날 이 가마니에 넣어 버리면 되니까.’
최근 형제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조금 전에도 형에게는 반찬통이 분리된 새 도시락을 주고, 반찬도 골고루 가득 담아주면서 내 것은 예전 그대로였다.
가마니의 차가운 감촉이 콧등을 스쳤다.
‘이렇게 죽는 거야?’
가슴이 울컥하더니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귓바퀴까지 흘렸다.
계단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가볍고 빠른 발걸음으로 보아 동생임을 알 수 있었다. 2층 방문을 열어보고 나서 홀 안으로 들어오다, 머뭇거리더니 뒷걸음질 쳤다.
‘작은형이 이러고 있는데 그냥 가?’
역시 동생도 괘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사람이 계단을 올라왔다. 이번엔 형을 데려오는 것 같았는데, 입구에서 잠시 멈춘 뒤 돌아갔다.
그 뒤로 조용해졌다. 평소에 그렇게 많던 잠도 오지 않고,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래층에서 가족들이 식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배고픔과 나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얼마 후,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설마, 아버질까?’
아버지는 학교 출근하기에 늘 바쁜 분인데, 그럴 리가 없었다. 누군가 다가오더니 덮고 있던 가마니를 휙 걷었지만,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뜻밖에도 아버지였다.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훑어본 뒤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머쓱하게 서 있자 등을 툭 치며 말씀하셨다.
“어서 내려가 밥 먹어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당연히 혼쭐을 낼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내 편을 들어준 것 같아, 단단히 벼르던 고집이 눈 녹듯 사그라들었다.
큰방 한쪽에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어머니와 형제들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뒤 어머니가 국을 들고 들어와 상 위에 올려놓고는 말없이 나갔다. 어머니의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밥을 몇 술 뜨지도 않았는데 밥알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아버지가 내 마음을 알아준 것은 고맙지만, 어머니가 눈물까지 흘릴 줄은 몰랐다.
그날 이후, 철부지 소리 듣지 않으려고 언행에 조심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님은 어느 자식이든 편애하지 않고, 한결같다는 사실도 자연스레 알게 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