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표는 어떻게 던지는 거지?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처럼 쿨하게

by 이성화

남편은 한마디로 성실한 사람이다. 한 직장을 2년 넘게 다니지 못하고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는 나와 달리 한 직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던 사람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힘껏 밀어주었던 것은 –비록 말로만 밀었지만- 그런 남편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같이 일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남편을 잃고 성격 더러운 사장님을 얻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남편은 여전히 사장님 모드였다. 남편과 같이 일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사업을 시작하고 처음 2년, 막내는 낳은 뒤 2년,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뒤 다시 2년, 총 6년을 애써봐도 퇴근 후 다시 남편으로 돌리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남편 사업에서 손을 탈탈 털었지만, 드라마에서 봤던 것처럼 그에게 사표를 휙 던지지 못했던 것이 갈수록 억울했다. 그때 제대로 얘길 해야 했는데….

생각해 보면 다른 직장을 다닐 때도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적은 거의 없었던 거 같다. 계약직이라 계약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출근이 끝나기도 했고, 그냥 말로 그만두겠다고하면 되는 작은 사무실이기도 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따라 할 수 없었던 거다.

지금도 가끔 사장님 모드가 되는 남편을 보며 그때 확실히 못 던져 마음 한구석에 붙어있는 사표를 지금이라도 쿨하게 던져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