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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화 Feb 16. 2024

월세 받기

월 5,850원

- 책 판매금액 46,800원을 내일 이체해드릴 예정입니다.     


  출판사에서 유통 방식을 바꾸며 이전에 유통하고 남은 80권을 저자에게 돌려주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2년 전에 낸 수수밭길동인6호 『목요일 오후』다. 더 놔둬 봐야 팔리지는 않을 듯하니 창고비만 축내지 말고 가져가라는 소리다. 받아서 필요한 동인들에게 나누고 남은 것은 학교 행사에 기부하려고 동아리 회장에게 보내라고 답했다.


  주소를 카톡으로 찍어주자 보내겠다는 답과 함께 이체예정이라는 카톡이 도착했다. 작년에도 70,200원을 책 팔린 대금이라며 보내주어서 7호 동인지 비용에 보태기도 했었다. 


  자비 출판으로 낸 책이라 인세를 받는 것이 아니고, 유통수수료만 뺀 나머지 금액을 받은 거라 실상 팔린 책의 권수는 20권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가 쓴 글이 돈으로 바뀌어 돌아왔다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애써 지어놓고 비워둔 건물의 방 하나에서 월세가 들어온 기분이라고나 할까.

  22명의 동인이 지은 건물이고 약 20개월에 걸쳐 들어온 총액이 117,000원이다. 나누면 너무도 적은 금액일 터. 월 5,850원, 그나마도 참여한 동인 22명이 나누면 1인당 266원 정도다. 계산하고 보니 너무 적은 금액이다. 작고 소중하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돈 주겠다는 말에 신이 났다가 계산기 두드리고는 부푼 가슴에서 푸시시 바람이 빠졌다. 


  돈 벌어서 집안의 경제적 가장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받은 나는 여자상업고등학교를 나와서 여자전문대 전자계산과-지금은 소프트웨어융합과로 바뀐 듯-를 나왔다. 글 쓰는 것 말고는 하고 싶은 일이 없었지만, 그와는 정반대의 교육과정을 겪어야 했다.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이어서 그런지 나는 숫자만 보면 자동으로 계산하는 버릇이 있다. 


  좋은 버릇인지 나쁜 버릇인지 알 수 없는 계산속 때문에 작고 소중한 6호동인지의 월세 규모를 필요 이상으로 정확히 알아버렸다.

     

  어쨌든 수익을 냈으니 희망적이라고 해야 할지, 글 써서 돈 버는 일은 도무지 희망이 없다고 해야 할지, 글의 마무리를 할 수가 없어 자판 앞에 넋 놓고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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