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나의 부산, 해운대
예성의 정규 1집 Sensory Flows의
수록곡 중 예성이 작사·작곡을 한
'아름다워 (Beautiful)'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예성이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까만 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며
‘내가 바라보는 별을 같은 하늘 아래
팬들도 함께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썼다고 한다.
컴백 라이브에서 이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을 보며
팬들을 떠올린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예성의 설명을 듣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내가 늘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사실은 멀리서 찾지 않아도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바로 그곳이
진정한 행복의 목적지가 아닐까.
사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시간 날 때마다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지만
내 고향 부산만큼 좋은 여행지가 없었다.
주변은 항상 푸르른 산이 에워싸고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탁 트인 바다를 마주할 수 있었다.
바다가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바닷가로 찾아가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었다.
바다를 보며 드라이브를 할 때마다 즐거웠고
바닷가 갈맷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았다.
특히 나에게 산과 바다를 언제든지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던 곳은
바로 그 유명한 관광지, 해운대였다.
내가 살던 곳과 멀지 않아서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자주 놀러 갔고
학창 시절엔 학교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훌쩍 바다로 향하곤 했다
그래서일까, 노래의 첫 소절을 들을 때면
항상 부산 해운대의 푸른 바다가 생각난다.
'떠나볼래 어디로든
Where you go yeah
예민했던 빌딩 숲을
벗어나 Uh uh woo
행복이 뭐 별거겠어
두 볼에 번진 석양과
내 옆에 물든 너
더 할 게 없는 우리의 지금
별을 품은 바다에 눈을 뜨면
아름다워 어디든 거기 너만 있다면
걸음마저 바람이 되는 바로 이곳이
아름다워 너라서
까만 하늘 아래 네가 빛나서
사랑하게 되잖아 I love ya
두 눈에 네가 들어오면
모든 게 다 아름다워
코끝으로 만져지는
초록 향기 하늘 위론
별들의 목소리가
멀리 찾지 않아도 돼
너와 있는 이곳이 내겐 천국이니
더없이 좋은 우리의 지금
꿈을 꾸는 것보다 꿈만 같아
숨김없이 놀라워
모든 순간이 영원인 듯해
그저 널 보고 있으면
비가 내려도 빛이 나
이런 게 바로 기적인 걸까'
해운대역에서 버스 혹은 지하철을 하차한 후
가사 그대로 빌딩 숲 사이를 10분 정도
걷고 나면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과 함께
눈앞에 푸른 해운대 바다가 펼쳐진다.
방금 전까지 빌딩 사이로 차와 사람으로
가득한 도심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고 푸른 바다가 있는 곳이 해운대이다.
해운대에 도착해서 푸른 바다와 함께
익숙한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올 때면
예성의 '아름다워' 노래가 절로 입가에 맴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바다와 모래사장뿐만 아니라
갈 때마다 꼭 들리는 명당이 있다.
모래사장의 오른쪽 끝엔 붉은 동백꽃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동백섬이 자리 잡고 있고
왼쪽 끝으로 가면 미포철길과 함께
와우산의 능선이 내려앉은 달맞이고개가 있다.
내가 해운대 갈 때마다 들리는
동백섬과 달맞이고개 문텐로드,
이 두 명당이 해운대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풍경명소이다.
동백섬은 가족들과 해운대 갈 때마다
숲길을 산책하며 푸른 바다를 만끽했다.
특히 누리마루가 생겼을 때에는
할머니 모시고 엄마와 오빠랑 같이 갔었다.
누리마루를 보며 넷이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큰 회의실에서
국제회의가 열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누리마루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꼭 들리는 관광지이다.
달맞이고개는 당시 보험영업을 하고 있던
엄마의 고객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할머니를 모시고 늘 밥을 먹으러 가던 곳이었다.
주말이 되면 늘 내가 좋아하던
함박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던 추억이 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통유리창으로
푸른 해운대 바다가 보였고 그 풍경을 보며
평소에 구경도 못하는 맛있는 음식까지 먹었던
행복한 우리 가족만의 외식장소였다.
그리고 달맞이고개에는 '문텐로드'라는 숲길이 있다.
문텐로드는 숲의 상쾌한 공기와 함께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그렇게 바닷소리와 함께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눈앞이 탁 트이는 지점이 나오는데,
그곳에 서면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처음 숲에서 바다 풍경을 마주했을 때
가슴속 깊은 곳까지 시원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숲길을 따라 밑으로 쭉 내려오면
지금은 폐쇄되고 관광열차가 운영되는
옛 동해남부선 해안 철길인 미포철길이 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출발지였던
해수욕장으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
제일 중요한 해운대 해수욕장은
사실 어릴 때 물놀이 하러 우리가족과
이모네 식구와 여름방학마다
함께 놀러 왔던 바닷가였다.
사람이 많아서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부산바다 중 집에서 가장 가깝고
친근했던 해운대로 늘 바닷가 물놀이를 왔다.
사람이 늘 많았던 탓에 물놀이 올 때마다
내가 미아가 되는 바람에 엄마에게 해운대는
행복한 바다가 아닌 공포의 바다가 되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한다.
해수욕장은 학창 시절 친구들과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자주 왔던 곳이기도 했다.
당시 해운대 해수욕장 앞이 대로변이었기 때문에
바로 앞 근처 가까이에 상점이 없었다.
그래서 사실 바다 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는데도
주말이나 연말이 되면 꼭 친구들과 해운대를 갔다.
같이 두런두런 모래사장에서 앉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밤의 까만 바다를 바라보며
함께 과자만 먹어도 그저 행복했다.
기분전환하러 가자고 하면 늘 약속이라도 한 듯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그땐 바다만 바라보는 게 뭐가 그렇게 즐거웠을까.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많은 게 변했다.
어릴 때부터 나와 늘 함께였던
할머니는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고
오빠도 사촌언니, 사촌동생 모두
자신의 가정을 꾸려서 멀리 살고 있다.
그리고 엄마와 나도 처음으로 정든 고향인
부산을 떠나 양산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함께했던 친구들도 각자 뿔뿔이 흩어져
멀리 떠났고 부산에 남아있는 친구도 많이 없다.
그때처럼 우리 바다 갈까? 하면서
훌쩍 떠나고 바다만 봐도 행복했던
예전처럼 이제 더는 함께할 수 없다.
그럴 때면 그저 시간이 흘러간 게 야속하기도 했다.
한동안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진 사실이 슬펐다.
늘 가까이서 영원히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노환과 삶의 길이 달라지며
서로 함께하는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워졌다.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그리울 때마다
예전에 모래사장에 앉아서 수다만 떨어도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곤 했다.
그때처럼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고 싶어도
서로의 삶이 달라져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거나
더는 부산에 살지 않아서 만나기 힘든 상황에
막상 핸드폰을 들어도 연락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25년 12월까지 두 번째 어깨수술까지 겪은 후
쓸쓸한 공허함과 함께 깊은 울적함에 빠졌다.
고향인 부산을 떠나고 직장과 내 몸과
주변까지 모든 게 바뀌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이제 더는 내 곁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이제는 곁에서 자주 볼 수조차 없다는 게 슬펐다.
그래도 예성의 '아름다워'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다.
예성이 같은 하늘 아래 내가 보는 별을
팬도 보지 않을까라고 표현했듯이,
내가 보는 하늘을 나의 소중한 가족들, 친구들도
이 순간 함께 보며 이 바람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서로 떨어져 있어도 지금의 하늘과 바람을
함께 바라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이 맞닿아 있음을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달된다는 게 이런 것일까.
내가 예전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달리 보게 된 건 힘들 때마다
나와 함께한 예성의 노래가 건네준 선물 같았다.
비록 곁에 있을 순 없어도 같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게 아닐까.
지금도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내 고향 부산이 떠오를 때면 늘 생각한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있고 곁에 있지 못해도
내가 보고 느끼고 있는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소중한 가족들,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도
함께 바라보며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같은 하늘 아래 그들도 행복해하고 있기를,
나는 오늘도 이 바람에 마음을 실어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