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19주년 SPIN-OFF : Halftime

오래 기다림, 첫 만남의 순간

by 쭈이날다


슈퍼주니어 19주년 SPIN-OFF : Halftime

콘서트가 열리는 6월 22일이 되었다.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게 서울 갈 준비를 했다.

콘서트 굿즈 선판매 시기에 일하느라 구매를 놓친 터라,

현장에서 굿즈도 사고 주변도 둘러볼 겸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9호선 올림픽공원역 4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지하철역 입구에서부터 올림픽공원 안까지

긴 줄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알고 보니 콘서트 굿즈 구매 대기줄이었다.

지금이라면 에이, 그냥 안 사지 했을 텐데,

그땐 첫 콘서트 굿즈라서 꼭 갖고 싶었다.

비까지 내리는데도 그 줄에 합류했다.


줄이 길어도 금방이겠지? 싶었지만, 완전히 착각이었다.

구매까지 무려 두 시간이 걸렸다.

이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구매 방식이 직원에게 사고 싶은 굿즈를 말하면

그 넓은 곳에서 직접 찾아와 건네주는 시스템이었다.

이러니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줄 서서 굿즈 사본 적 없는 사람일 게 분명하다.



아침 7시부터 고속버스를 타고 와서,

비 오는 날 두 시간이나 줄을 서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쉴 틈이 없었다. 곧 공연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첫날 Floor좌석은 무대랑 거리가 좀 있는 뒤편이었다.

일찍 들어와서 앉아 있는데 옆자리분 응원봉을 보니

YESUNG 스티커가 붙어져 있었다.

같은 예블이라 반가워서 인사도 나누었다

알고 보니 연습생 때부터 입덕한 오랜 팬이었다.

그렇게 서로 같이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 만남은 내 덕질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지만,

그 이야기는 추후 따로 풀어보려 한다.



첫 곡은 Show Time부터 심장이 터질듯했다.

같은 공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설레었다.

거리도 멀고 앉은키가 작아서 무대가 보이진 않았지만

전광판만 봐도 행복함으로 가득 찼다.


셋리도 평소에 너무 좋아해서

트위터, 인스타에 줄곧 올렸던

노래들이 전부 다 나왔다.

마주치지 말자, 너 아니면 안 돼, 광화문에서

그렇게 염원했던 SPY,

너무 좋아해서 꼭 보고 싶었던 오페라,

예성 입덕곡 갈증까지!

진짜 볼 때마다 행복감이 터지는 무대의 연속이었다


특히 Get A Guitar 커버곡 무대는

예성 목소리와 너무 잘 어울렸다.

저 노래가 슈주노래였음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정도로



즐거운 내 마음과 달리 Floor석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앉은키가 작아서 앞사람 머리만 보이는 데다

좌석과 무대가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아서

결국 앞 시야에 보이는 전광판만 보게 되었다.

마치 양쪽에 눈가리개를 하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내 눈앞 시야 이외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무대 이동할 때 주로 옆모습이나

뒷모습이 주로 보였는데

중앙무대로 이동할 때는 내 자리가 해필

진짜 뒷모습만 보게 되는 위치였다.

이래서 유경험자들이 1층시야가 좋다 했구나 싶었다.


서울 사는 친구가 혼자 모텔에서 자는 게 걱정된다고

공연장 근처 모텔에 와서 같이 놀고 자기로 했다.

먼저 방에 도착해서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

트위터로 공연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실시간으로 다 보면서 기다렸다고 한다.

다들 대단하다. 언제 다 찍고 바로 올리는 걸까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피곤함에 눈 뜨기가 힘들었다

아무래도 다 낫지 않은 어깨로

새벽부터 고속버스를 네 시간 반을 타고

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니며

비 오는 날 두 시간 넘게 줄까지 서고

낯선 숙소에서 잠자리까지 불편하니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붓기까지 더해져, 온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래도 오늘은 하이라이트!! 막콘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가수를 또 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통증과 피로가 싹 달아나는 듯했다.


첫날은 비 오는 날 굿즈구매 줄 서느라 정신없어서

기념사진 한 장 찍을 여유조차 없었는데,

둘째 날은 친구가 동행하며 사진도 찍어줬다.

친구는 BTS 덕후였는데, 내 맘을 잘 알고 있었다.

역시 덕후의 마음은 덕후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이튿날은 1층 좌석이라 시야가 한결 좋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무대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무대와의 거리는 더 멀었지만,

조명연출과 무대, 전광판까지

전체 공연 연출을 즐기기에 더 좋았다.


둘째 날 옆자리는 대만에서 온 엘프였다.

자리 앉자마자 환한 웃음과 함께,

직접 만든 포토 슬로건을 선물처럼 내밀었다.

그녀는 은혁과 시원을 좋아하는 홈마였다.

대포카메라로 은혁과 시원이 무대에 나올 때마다

쉴 틈 없이 셔터를 눌렀다.


무대가 넓다 보니 멤버들이 흩어지면

니 최애 은혁, 시원 저기 있다!

니 최애 예성 저기 있다! 하며

서로의 최애를 찾아주기도 했고

각자 최애가 다시 멀어질 때마다

서로를 붙잡고 그렇게 아쉬워했다.


VCR이 나올 때는 눈이 감길 만큼 피곤했지만

서로 응원봉 건전지를 갈아 끼우며 웃기도 하고

VCR 보며 재밌다고 같이 웃기도 했다.

그녀의 밝은 웃음과 에너지 덕분에

피곤함도 잊고 같이 즐겁게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을 보기 전엔 수술한 지 얼마 안 된

오른쪽 어깨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응원봉은 왼손으로만 들고

오른쪽은 웬만하면 안 써야지 했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너무 신나서 아픈 줄도 모르고

오른손으로 신나게 응원봉을 흔들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아픔보다 설렘이 더 컸다.


둘째 날도 첫째 날처럼 즐겁게 보다가

공연 후반부에 갈증이 나올 때 눈물이 터졌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공연을 보러 올 수 있기까지 정말 힘들었고

이제 정말 함께라고 느껴졌는데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눈물만 났다


MKMF 갈증무대를 보며 진짜 멋있다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7년이 지났고

지금까지도 무대를 보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눈물 나게 행복하고 고마웠다.

그날의 나는, 20대의 나로 돌아가

다시 처음처럼 설레고 있었다.



예성이 마무리 멘트에서

"여러분이 저의 자부심이자,

제 모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자신의 진심을 표현할 줄 아는

감사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그 따뜻한 진심이 늘 좋았다.

그래서 나는 예성을 좋아하나 보다


공연은 영화처럼, 보고 싶을 때 다시 돌려볼 수 없다

녹화본이나 직캠으로는 볼 수 있어도

그때 내가 느낀 현장감과 열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내 눈에 담아둔 그 순간들만이

영원히 내 안에 남는다.

그래서 공연이 끝날 땐 눈물 나게 아쉽다가도

그 행복했던 공연만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20주년에도 또 보자고 약속했다.

그때까지 이 공연의 감동을 간직한 채 기다리겠지

그땐 꼭 건강한 모습으로 가야지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