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서 시작된 두 번째 직장생활과 함께한 SPY
2012년 7월 슈퍼주니어 6집
Sexy, Free & Single 앨범이 발매되던 그때,
나에도 두 번째 직장으로 이직기회가 찾아왔다
2012년 7월, 경기도광주에 있는
장난감회사에 입사하게 됐다.
입사 직후 해외영업파트로 업무가 배정되지 않지만
몇 개월 뒤 해외영업업무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을 믿으며 국내영업관리로 입사하였다
두 번째 직장은 입사와 동시에 시련이었다.
같은 고향선배의 텃세, 음담패설을 퍼트리던 어린 직장동료,
회사에서 제공된 기숙사는 내가 일하던
사무실과 같은 층에 마련된 작은 방이었고
그곳에서 지내던 나의 생활은 비참했다.
결국 스트레스가 쌓여 배탈이 나 점심조차 못 먹을 때,
방 밖에서 ‘저거 쇼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다.
어린 마음에 충격적이었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그저 할 수 있었던 건 티브이도 없는 방 안에서
슈퍼주니어 새 앨범 노래 Sexy, Free & Single 듣고
무대 찾아보며 하루하루 버티는 거였다.
힘겹게 버티던 나에게 설상가상 부서이동까지 생겼다.
내가 하고 싶었던 해외영업일이 아닌 AS파트로 이동되었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도망치듯 그만두고
서울 고시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절망 속에서도 다행히 한 달 만에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012년 8월, 면접 합격 후 성남에 있는
화장품 회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해외영업파트로 배정이 안되고
이곳 또한 몇 개월 뒤 기회를 주겠다 했다
그 당시 나는 돈을 벌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국내영업파트로 입사하게 되었다.
다시 기회를 찾아 일을 시작하던 2012년 8월
슈퍼주니어 정규 6집 리패키지 SPY 앨범이 나왔다.
007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슈트차림으로 시작하는데
멋짐도 잠시 도입부가 꽤 독특하다
빠라라빰빠밤으로 시작하며 '내가 사랑한 SPY'가 나온다
처음에는 음? 이건 뭐지?? ㅋㅋㅋ 했는데
생각보다 꽤 중독성이 강해서 거의 빠져들면서 매일 들었다
사실 깔끔한 슈트차림의 최애 예성 스타일링에 반해서
매일같이 무대를 찾아보며 행복해했다.
후렴구부터 짠하고 등장하는데 정말 멋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덮머에 흑발에 까만 정장이다.
이 스타일링이 헤메코 베스트다.
흑발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갈발,
화려한 금발스타일링도 나와서
무대에서 예성 스타일링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도 내 베스트는 흑발이다. 흑발사랑 나라사랑.
8월부터 다닌 화장품회사의 국내영업파트일은
거래처 피부과 병원, 스킨케어샵을 다니며
영업도 하고 수금도 하는 외근직이었다.
그때부터 나의 생활은 고시원티브이로
아침, 저녁마다 음악채널을 찾아
슈퍼주니어 무대보며 노래 듣고
외근할 때도 슈퍼주니어 노래를 들으며 지냈다
힘든 생활의 연속이라 나에게는 밝은 노래가 필요했다.
그 노래가 당시 활동곡인 SPY였다
다시 찾아온 기회의 기쁨도 잠시,
내 생활의 힘겨움은 그대로였다.
하고 싶은 해외영업일이 아닌 국내영업일
차가 없어 걸어 다녀야 했던 외근직
타지생활에 나가는 돈이 더 많아
밥 먹을 돈조차 없어서 힘들었던 매일..
창문하나 없는 답답한 고시원생활까지..
게다가 불운은 왜 이렇게 한꺼번에 찾아오는지
회사 복층계단에서 넘어져서 왼쪽어깨뼈에 금이 갔다
뼈에 금이가도 일은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둘 수가 없었기에 한여름에 더워도
어깨보호대를 차고 외근영업직을 다녔다.
차가 없어서 걸어서 다녀야만 했던 영업일이었지만
보호대를 차고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다친 왼쪽어깨엔 보호대,
오른쪽어깨엔 카드리더기와 카탈로그,
샘플이 가득 담긴 큰 가방을 메고 다녔다
매일 외근 다닐 때면 항상
슈퍼주니어노래만 들으며 다녔다.
그래야만 버틸 수 있었다.
나도 처음 해보는 외근영업직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수금도 제대로 되지 않는 업체가 많았고,
신제품 영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제품 관련 영업사원 방문을 반가워하지 않았고
냉대와 함께 성과 없는 매일이 반복되었다.
거래처 들어가기 전에는 항상 근처에서
심호흡 크게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SPY 딱 한 번만 더 듣고 들어가자..
진짜 이것만 듣고 들어가자..
평소에는 노래가 길게 느껴지는데 그럴 땐 노래가 참 짧다.
노래가 끝나고 거래처 들어가면 냉대는 마찬가지다
거기 카탈로그 두고 가세요 이게 끝이었다.
인사를 마치고 나오면 다시 멍하니 앉아 SPY를 듣는다
그래.. 이것만 듣고 힘내서 다음 거래처 가자.. 이것만 듣고..
매일 반복되는 냉대에 일도 버거웠지만
혼자 살며 일까지 하느라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았던
어깨도 고통이 멈추지 않아 힘들었다.
병원도 병행하면서 어떻게든 버텼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닌 업무를
계속하는 건 어린 마음에 너무 힘든 일이었다.
지금도 SPY를 들으면 그때 거래처가 많았던
분당 프랑스 거리가 떠오른다.
높은 빌딩, 카페, 레스토랑 사이에서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고 하늘은 그렇게 맑았는데,
내 마음은 누구보다도 슬프고 힘들었다
그럴 때면 그저 하늘만 멍하니 보며 SPY만 들었다.
SPY를 들으면 그때의 그 맑은 하늘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 시절 나를 버티게 해 준 내가 사랑한 SPY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