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사량도에서의 Fly

파란 하늘 위를 날아가는 것만 같았던 사량도 바다

by 쭈이날다


예성의 노래 중 처음 들었을 때부터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

예성 미니 2집 수록곡 'Fly(번지점프)' 다.


'Fly'를 들을 때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눈부신 햇살을 가득 머금은

바다 위 파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딱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여행지가 있다.

22년 5월에 다녀온 통영 사량도이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부드러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던 사량도의 파란 하늘과

물감을 풀어놓은 듯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당시 웨이크보드를 타며 가입했던

모임에서 22년 시즌을 맞이해서

통영 사량도로 1박 2일 여행을 가게 되었다.


사실 21년도에 웨이크보드를 타다가

발목을 다쳐 깁스까지 하게 된 이후

여러 가지 일과 더불어 힘들어지며

결국 더 이상 타지 않게 되었을뿐더러,

22년 새해부터 여태 일해본 적 없었던

새로운 계열로 이직준비까지 할 때라

심적여유가 없어서 모임활동을 접을 찰나였다.


함께 타던 친한 동생 역시 일이 바빠지며

같이 빠지에 가기 힘들어졌다

그런 내게 동생이 이번에 기분전환 겸

모임을 정리하기 전 마지막으로

재밌게 놀고 오자는 설득에 못 이겨

5월의 봄날 통영 사량도 여행을 가게 되었다.


사량도는 통영에 있는 대표섬 중 하나로

다리가 없어서 오직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이라

아침 일찍 출발하여 선착장으로 가서

배편 티켓을 끊기로 했다.

각자 이른 시간에 집에서 출발하여 만난 후

서둘러 사량도행 배를 탈 수 있는

도산면 가오치선착장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매표소로 갔지만

아뿔싸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었던

여객선이 눈앞에서 떠나가고 있었다.

결국 배 한대를 놓치고 주변 마을에서

아침으로 돼지국밥을 먹으며

1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사량호를 타고

우리의 목적지 사량도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여객선 사량호는 차량과 수많은 사람을

거뜬히 싣고 갈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컸다.

우리는 차를 선적하고 난 후 2층 객실로 향했다.

객실 내부는 일반 좌석이 아니라,

신발을 벗고 편히 누워 갈 수 있는

편한 마룻바닥으로 되어 있었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시원한 바다 보기 위해

객실 문 앞에 있는 테라스로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남해의 봄기운을 머금은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정오가 되기 전 마지막 아침햇살은

바다를 향해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그 빛을 듬뿍 받은 바다는 여객선 움직임에 따라

잔잔한 푸른빛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날의 하늘은 통영에 어서 오라고 반겨주듯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하고 푸르렀다.

맞은편 남해의 작은 섬들은

햇살을 가득 받은 나무의 초록빛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테라스에서 시원하게 바람 쐬며 바다를 눈에 담고

실내 마룻바닥에 편하게 누워서 쉬다 보니

어느새 사량도 금평항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부산에서 출발한 지 약 3시간 만에

드디어 통영 사량도에 도착했다.


금평항에 도착하니 사량도를 상징하는

사량대교와 함께 L.O.V.E 하트 조형물이

마치 환영해 주듯 입구를 지키고 있었고

짙은 푸른 바다와 함께 지리산의 푸르름이

사량도를 가득 에워싸고 있었다.

그 풍경은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했다.

맑고 쾌청한 날씨 덕분에 하늘도 영롱했고

바다도 푸른빛에 반짝이며 물결이 넘실거렸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부둣가에 서서

발밑에 있는 바닷속 풍경을 보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바다는 바닷속이 비칠 정도로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맑았다.

부둣가 주변 가득했던 산호초가

영롱하게 비치는 투명한 바다는

예쁘다는 표현조차 부족할 만큼 아름다웠다.

바다는 마치 수채화 물감이 번지는 듯

점점 푸르름이 진해지는데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다들 아름다운 사량도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린 요트를 타고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숙소에서 옷을 갈아입고 금평선착장으로 향했다.

여벌의 옷과 겉옷을 챙기고

요트에서 마실 시원한 캔맥주로

아이스박스를 가득 채워 준비한 후

사량도 스노클링 요트투어를 시작했다.


요트는 금평항을 출발하여

시원하게 바다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출발지인 부두와 가까이 있었던

사량대교와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멀리서만 보던 사량대교를

눈앞에서 마주 보며 지나가는 순간

그 웅장함과 위엄이 어마어마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한 기분이었다.

곧이어 사량도의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맑은 날씨의 파란 하늘과

사량대교를 통해 이어져 있는

지리산과 칠현산의 봄기운 가득 머금은

빼곡한 푸른 나무가 함께 어우러진

남청빛 푸른 바다의 풍경은 정말 멋있었다.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


눈도 못 뜰만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요트 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웅장하고 멋있는 풍경을 바라보는데

가슴이 탁 트이면서 시원했다.


그 순간 늘 들을 때마다

파란 하늘과 넓고 푸른 바다를 떠올렸던

예성의 노래 'Fly(번지점프)'가 생각났다.

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Fly'를 재생했다.


'온 하늘이 손 닿을 듯 온 세상이 두 발아래

그림 속으로 너와 나 둘만 들어온 듯해

눈 감으면 숨소리만 구름 위에 오른 기분

서로에 기대어 두근대는 하늘 위에 떠있어


숨 차오는 이 순간 걱정 말고 나의 손을 꼭 잡아

I wanna fly baby 파란 하늘 위로

You and I baby 크게 소리쳐

이 좋은 떨림도 내 모든 상상도

전부 너라고 oh (baby don't you know)

바람에 안긴 채 좀 더 가볍게 단숨에 이끌려가

우리만의 숨이 멎을 듯한 세상 속으로


너에게로 깊이 빠져드는 느낌

바라보다 벅차올라 날아오른 맘

눈부시게 물든 시간도 순간 속에 영원도

날아올라 지금 이곳에'


점점 빠른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하는

요트에서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예성의 'Fly'를 듣자 무겁고 울적했던

마음 한편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해졌다.


사실 사량도에 놀러 왔던 22년 5월까지도

여러 가지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21년까지 중순에 회사사정으로 인한 퇴사를

세 번째 겪게 되자 막막하고 답답했던 시기를

그동안 무섭고 두려워서 해보지 못했던걸

쉬는 동안 시도해 보며 내 마음가짐을 바꿔보고 싶었다.

그때 도전하게 된 레포츠가 웨이크보드였다.

웨이크보드는 운동신경은 조금도 없던

나에게 정말 어렵고 힘든 운동이었다.

그래도 즐겁고 행복하게 배우며 탔지만

시즌 중간쯤 웨이크에 걸려 넘어지며

발목을 크게 다쳤고 깁스까지 하게 되었다.

결국 웨이크보드를 접어야만 했다.


설상가상 뜻하지 않게 인간관계에서도

내 마음 깊이 박히는 독화살이 날아왔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자 대화해 봤지만

결론은 나의 모든 게 싫었다는 얘기였다.

모두가 나를 좋아한다는 기대도 한적 없었고

바란 적도 없었지만 이렇게 이유 없이

큰 미움을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몸과 마음 전부 가시에 쿡쿡 찔리는 듯 아팠다.


그땐 내 앞에 거대한 큰 유리벽이 존재하는 듯했다.

마음의 짐을 딛고 단단했던 벽을 넘어서면

드넓고 밝은 평원이 나타날 거라 생각했지만

또 다른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었다.

저 너머로 보이는 눈부신 평원이 보이는데도

나에게는 절대 깨지지 않는 유리벽이

가로막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망치를 들고 아무리 깨부수려 해도

그 벽은 너무나도 단단하고 견고했다.

절대로 투명한 벽을 넘을 수 없었다.


그런데 친한 동생의 권유로

큰 생각 없이 오게 된 사량도에서

요트를 타고 예성의 'Fly'를 들으며

그동안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상상했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파란 하늘과

짙은 푸른 바다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내 마음속 그토록 단단했던 유리벽이

탁 깨지며 허물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벽에 가로막혀 짓눌려있던 무거움이 사라지며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 가볍게 붕 뜨는 기분이었다.

그대로 팔을 길게 뻗으면 파란빛의 맑은 하늘과

짙은 남청빛 바다가 손에 닿을 것만 같았다.

하늘을 나는 게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Fly'를 들으며 상상했던 느낌 그대로였다.


그 순간만큼은 달리는 요트가 아닌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위에서

차가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푸른 바다를 향해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파란 하늘에서 바다 위를 날아가며

산산조각 난 벽의 조각들과 함께

마음 깊은 곳에 있던 무거운 짐까지

모두 바람에 실어 사량대교 너머

저 바다 멀리 흘려보내는 것만 같았다.



청량한 푸른빛 바다와 하늘을 보는 내내

가사 그대로 바람에 안긴 채

저 너머 세상으로 이끌려 가는 느낌이었다.

'Fly'를 평소에도 정말 많이 들었지만

이 순간만큼 가슴 터질 듯 벅차오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노래를 들으며 상상만 했던 현실이

사량도 바다에서 그대로 이뤄지는 것만 같았다.


내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바다 풍경을

예성에게도 보여주며 꼭 얘기해주고 싶었다.

당신의 노래 'Fly'와 너무 잘 어울리는

하늘을 나는 것만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이곳, 통영 사량도에 있다고.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Fly'를 들으면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짐을 떨쳐버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사량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내 앞을 가로막던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사라진듯한 기분이 든 뒤로,

마음은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져 있었다.


나를 울적하고 아프게 만들었던

뾰족한 가시들을 전부 털어버릴 수 있도록

함께해 준 모든 것에 감사했다.


울적해서 집에만 있던 나에게 사량도에

같이 가자고 권해준 고마운 동생

청량하고 맑았던 그날의 통영 날씨

요트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본

파란 하늘과 짙은 푸른빛의 사량도 바다

그 순간 나와 함께해 준 예성의 노래 'Fly'


지금도 지치거나 답답하고 울적해서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싶을 때면

습관처럼 'Fly'를 찾아 듣는다.

노래를 들으며 그날 사량도에서의

남청빛 바다와 구름 한 점 없던 맑은 하늘

얼굴을 때리듯 스치던 시원한 바람이 떠올린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노래를 들으며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던

그날을 내 마음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사량도에서 함께한 예성의 'Fly'를 들을 때면,

그저 머릿속으로 상상해 왔던

눈부신 하늘에서 바다 위를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만 같았던 푸르름을 추억한다.


힘들고 버거울 때마다 언제든 절망의 유리벽을 깨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게 해 주는 내 마음속 푸른 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