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아름다운 Beautiful Night

나이트레이스에서 마주한 빛이 내려앉은 밤

by 쭈이날다


25년 8월 광안리에서

야경이 빛나는 밤의 광안대교를

직접 걷고 달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

나이트레이스 인 부산이 개최되었다.


광안대교를 걸을 수 있는 대회를

처음 참가하게 된 건 2019년 5월

다이아몬드브리지 걷기 대회였다.

차로만 달릴 수 있었던 광안대교를

햇살 좋은 낮에 걸을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이 기회가 다시 오기를 기다렸으나

이후 코로나가 찾아오면서 참가하지 못했다.


그런데 25년 8월 광안대교 위를

또다시 걸을 수 있는 행사인

'2025 나이트레이스 인 부산' 신청모집을 발견했다.

8월 2일 토요일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저녁 9시 10분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출발,

광안대교를 거쳐 해운대 벡스코까지

약 8.15km를 완주하는 야간 마라톤 대회였다.


2019년 5월, 오전 8시에 출발하여

아침바다를 보며 광안대교를 걸었던

다이아몬드브리지 걷기 대회와 달리

나이트레이스 인 부산은 밤바다를 보며

광안대교를 달리는 마라톤 대회였다.


물론 나 같은 유리몸에 저질체력이

8.15km 코스 전체를 뛰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걷기 대회처럼 천천히 걸어가야 할 테지만

그래도 6년 만에 다시 광안대교를 걸을 수 있다니!!

비록 8월 무더운 한여름이지만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이번엔 광안대교 야경을 볼 수 있었으니까

무조건 가야 했다. 아니, 꼭 가야만 했다!


행사 진행날짜인 8월 2일이

마침 딱 여름휴가 기간이었다.

이건 무조건 가라는 신의 계시다!!

선착순모집에서 신청을 놓쳤는데

다행히 추가모집시기에 맞춰서

무사히 참가신청을 완료하였다.


나는 현장수령이었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대회 때 입을 티셔츠,

타월, 번호표 등 물품을 현장에서 받아야 했다.

지난 참가자들의 후기도 꼼꼼히 읽어본 후

몇 시부터 가서 준비해야 할지 계획을 짰다.

그리고 레이스 코스에 맞춰 차를 주차해 놓을

주차장도 미리 알아놨다.

자, 이제 준비는 완료되었다.



행사는 오후 4시부터 진행되는데

마라톤은 저녁 9시 10분이 되어야 시작된다.

나는 미리 저녁 6시쯤 가서 이른 저녁을 먹고

당일날 현장에서 받아야 했던

기본제공 티셔츠, 타월, 번호표와 함께

선착순으로 제공된 야광팔찌랑 머리띠,

레이스에 꼭 필요한 물까지 전부 받았다.


마라톤은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시작되어

광안대교를 달려 센텀 벡스코까지 가는

총 8.15km의 긴 코스였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른 마라톤이었는지라

가지고 있던 짐은 미리 보관할 수 있었다.

내가 들고 있던 가방까지 다 보관한 후

비로소 마라톤 출발 준비가 다되었다.


찌는듯한 무더위에 행사장인

광안리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출발까지 대기하는 것도 꽤 힘들었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심지어 참가신청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넓은 광안리 해수욕장 모래사장이

사람들로 빼곡히 가득 찼다.

서로의 열기가 더해지자 무더위는 한층 더해졌다.

그래도 해가 지자 광안대교에 불이 켜지며

아름다운 야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와 이거다. 내가 이 야경을 보려고

이 더위에도 마라톤신청을 했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광안리 밤바다의

빛으로 가득한 광안대교 야경이었다.

바다에 비치는 빛이 더해지는 풍경은

볼 때마다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출발하기 전부터 내가 뛸 광안대교 야경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출발시간까지 대기했다.



마라톤 시작시간인 저녁 9시 10분이 되자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첫 주자였던 S그룹이 먼저 시작신호를 알린 후

20분 후 A그룹이었던 나도 출발선을 넘었다.

마라톤 코스 옆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며 하이파이브도 함께 해주었다.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며 신나게 첫발을 내디뎠다.

나는 러닝을 하기엔 체력이 약해서

최대한 빠르게 걸어가기로 했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광안대교 진입로까지

걷는 중 방파제에서 놀라운 광경을 발견했다.

광안대교 전체가 환하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저 멀리 광안대교를 수놓은 불빛들은

모두 마라톤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야광 머리띠 빛의 물결이었다.

광안대교 진입로부터 시작해서 전체가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가득했다.


이런 광경을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진짜 놀랍고도 신비로웠다.

광안대교 위 아름답게 빛나는 행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 설레었다.


수많은 인파 속 해수욕장에서 출발한 지

약 30분 후 저녁 10시쯤이 되어서야,

드디어 나도 빛나는 광안대교로 입장했다.

광안대교 진입로부터 불빛의 향연이었다.

마라톤 참가자들의 머리띠 불빛으로

광안대교 도로 전체가 반짝이면서

사람들의 열띤 에너지로 후끈 달아올랐다.


진입로에서부터 대교 중심을 향해

올라가는 길 저 바다 너머에

반짝반짝 빛이 흐르는 은하수가 보였다.

순간 저게 뭐지? 싶어서 자세히 보는데

알고 보니 그건 해수욕장부터 출발해서

진입로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따라

수천 개의 야광 머리띠가 파도처럼 일렁이며

은하수 같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순간 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한동안 서서 그 장관을 보고 싶었지만,

마라톤 완주시간도 맞춰야 했고

행사 측에서 안전문제로 다리 가장자리로는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아쉽지만 아름다운 풍경은 눈에 가득 담고

도착지인 벡스코를 향해 걸어갔다.



점차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저 멀리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광안대교의 하이라이트 주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빛으로 가득한 주탑이 가까워질수록 설레었다.

드디어 밤에 내가 이걸 직접 보다니!!


그동안 차로 지나가면서 보거나

바닷가 저 멀리서만 보던 불빛을

광안대교 위를 걸으며 볼 수 있다.

내가 이 순간을 위해 이걸 신청한 게 아닌가!!


주탑이 점점 가까워지자 가만히 서서 올려다보았다.

와 진짜 황홀한 느낌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거대한 구조물이 내 머리 위에서

웅장하게 빛을 내는 아름다운 화려함에 반해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직접 걸으며 이 화려함을 보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고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했다.


내가 주탑의 웅장함에 빠져있는 동안

다른 참가자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주탑이 보이기 시작하자 사진을 찍으며

밝게 웃는 참가자들의 에너지로 가득 찼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대교의 주탑과

주케이블로 이어지는 우아한 빛의 곡선,

바다를 에워싸는 마린시티의 화려한 도심불빛,

그리고 마라톤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야광머리띠 불빛과 에너지까지 더해져

광안대교 전체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자 그동안 차들로 가득했을

광안대교 위를 내가 직접 두 발로

걷고 있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났다.


끝없이 이어진 빛의 퍼레이드를 보니

아름다운 밤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그때 예성의 노래 'Beautiful Night'가 떠올랐다.


'네온사인 불빛들 사이

멀리서도 한 번에 널 찾았어

잠시 숨을 좀 고르고

지금 너에게 달려갈게


Beautiful Night

이렇게 바람이 좋은 이 밤에

온종일 너와 걷고 싶어

Beautiful Night

Oh 이렇게 또 바람이 좋은 이 밤에

온종일 너와 함께하고 싶은 걸 Woo Yeah


빛이 내려앉은 밤에

서로를 바라보면서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해

너의 곁에 있는 나'



'Beautiful Night' 가사 그대로

온종일 함께 걷고 싶은

빛이 내려앉은 아름다운 밤이었다.

딱 노래 후렴구 가사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불빛으로 가득한 광안대교 거리는

온종일 걸어도 행복하지 않을까?

시간만 많았다면 최대한 이 광경을

눈에 오래 담을 수 있게 천천히 걸었을 것이다.


가사처럼 바람이 좋은 날이면 좋았겠지만

마라톤 당일은 8월 2일 한여름 밤에

바람 한 점 없는 불볕더위 열대야였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연신 쿨타월로 닦아내도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광안대교 야경 하나만으로

이 모든 더위가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광안대교는 항상 밤바다 야경의 중심이었다.

매번 멀리서만 바라보던 나는 차가 아닌

두 발로 걷는 그 순간을 직접 몸소 느끼고 있었다.

다리 아래로는 깊고 검은 바다가 일렁였고

바다 위로 화려한 불빛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6년 전 봄 5월 걷기 대회를 참가했을 때

아침에 보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그때 내가 봤던 광안대교는 맑은 날씨에

상큼한 아침햇살을 듬뿍 머금은 바다와 함께

눈부시게 화창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나이트레이스 인 부산에서 마주한

밤 10시의 광안대교는 끝없이 이어지는

빛의 퍼레이드로 아름다운 은하수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온종일 걷고 싶은

빛이 내려앉은 밤이 이런 게 아닐까.

설레고 벅차오르는 아름다운 순간을

누구에게라도 꼭 보여주고 싶었다.

부산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고.


광안대교 아름다운 야경 아래

예성의 'Beautiful Night'을 들으며

걸었으면 딱 좋았을 텐데 가볍게 가기 위해

출발 전 짐을 다 맡기는 바람에

아쉽게도 이어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머릿속에는 이 노래만 떠올랐다.


'이렇게 바람이 좋은 이 밤에

온종일 너와 걷고 싶어

Oh 이렇게 또 바람이 좋은 이 밤에

온종일 너와 함께하고 싶은 걸'


마라톤 내내 아름다운 광안대교 야경이

계속 함께했다면 좋았겠지만

모든 건 시작과 끝이 있듯이

주탑의 빛나는 웅장함도 마지막순간이 있었다.

마지막 주탑을 지나며 주케이블이 끝나는 지점에 오자

내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이 순간과

또다시 이별해야 하는 마음에 슬펐다.

이 아름다움을 언제 또 마주할 수 있을까.



, 진짜 마라톤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눈부시게 빛나고 아름다운 광경은 끝나고

건물사이로 이어지는 어두운 도로가 전부였다.

더위에 지쳐서 이 거리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지도를 보며 남은 거리를 체크하고자 해도

광안대교는 본디 차도이기 때문에

걷는 경로로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려 해도

좀처럼 지도에서 잡히지 않았다.


사실 처음엔 광안대교 야경을 즐기고 나면

힘들 때 언제든 중간에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고가도로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지쳐서 중간에 빠져나갈까 싶어도

고가도로 특성상 나가는 길이 없다.

이대로 꼼짝없이 도착지 벡스코까지

완주하는 수밖에 없었다.


5년 전 참가했을 때는 5월 봄이기도 했고

아침 걷기 대회였기 때문에 힘든 것도 모르고

진짜 신나게 바다구경을 하며 걸었다.

그때를 생각하며 온 거였는데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금이 8월 한여름 무더위!!

가만히 서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8.15km 레이스라니 애초에 나에겐 힘든 조건이었다.


사실 걷는 중간중간 있던 응급처치버스를 보고

괜히 포기하고 편하게 갈까? 싶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포기할 순 없었다.

비록 러닝은 못하지만 걸어서라도

목표한 건 반드시 완주를 해야 했다.


걸으면서도 끝도 안 보이고

도대체 언제 도착할까 싶던

마라톤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드디어 최종 도착지인 벡스코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와!! 드디어 무더위로 길게만 느껴졌던

마라톤의 마지막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 저질체력에 그저 광안대교 야경보고자

참가했던 내가 해냈다는 게 기뻤다.

정확히 마라톤 시작 2시간이 지난

저녁 11시 30분에 마지막지점을 통과했다.


마라톤 완주기념으로 메달을 받으니

진짜 해냈다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원래 중간에 언제든 포기하려고

참가했던 대회였는데 그래도 끝까지 해냈다!


인생은 애를 써봐도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고

몸조차 사고에 수술까지 맘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 마라톤만큼은 비록 러닝이 아닌

걸어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8.15km 코스를

전부 스스로 완주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올랐다.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하고 나니

나도 뭐든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길게만 느껴졌던 마라톤도 완주가 있듯이

이렇게 끈기 있게 포기하지 않고

꿈꾸던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빛을 보지 않을까?

그 빛을 향해 가는 길이 비록 이 레이스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일지라도.


완주 당시에는 무더위에 덥고 힘든 데다

땀이 비 오듯이 흐르다 보니

다음엔 절대 못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어느새 힘들고 지쳤던 기억은 사라지고

광안대교 야경 아래 걸으면서 보았던

빛의 물결로 행복했던 기억만 남았다.

기억이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게 아닐까.


26년에 나이트레이스 인 부산이 또 개최되면

이 기분을 다시 느껴보기 위해서

왠지 또 신청해서 가고 싶을 것 같다.

그때까진 광안대교 야간 드라이브를 하며

빛이 내려앉은 밤을 조금이라도 느껴봐야지.

예성의 'Beautiful Night'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