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에 대하여

<Kids Like Us> 다시 보기

by 사공사칠

디트로이트 테크노 초창기에 관한 영화다. 황량한 공업 지대에서 젊은이들이 차를 타고 클럽을 향한다. LSD를 하고, 춤을 추고, 사랑을 한다. 새벽이 밝아오고 클럽을 나서면 다시 폐공장을 마주한다. "이제 어디로 가지?" 어디로 가야 할지 서로 묻는다.


20대에 했던 방황이 떠오른다. 목적 없이 이곳저곳을 떠다녔다. 작업실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진 못했다. 그 대신 무엇을 할지 몰라 이것저것 했다. 가끔 밤을 새면 매일 새로운 아침이 시작한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아침 6시가 되면 영화에 나오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 그때 찾아드는 공허가 아직도 나의 친구다. 평생 이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에너지를 모두 쏟은 후 찾아온 공허는 디트로이트 레이버들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다.


디트로이트 테크노에는 공허가 있다. 시작부터 주제가 나온다. 곡에 시작과 끝이 없다. 한 사람의 하루 중 한 장면만 똑 떼어 보면 이런 느낌이 들 것이다. 그저 긴 하루 중 어딘가에 카메라가 머무를 뿐이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이지? 은근하게 에너지가 높아지고 낮아지기를 반복한다. 역시 끝은 알 수 없다.


클럽 문을 나서도 음악이 멈추지를 않는다. 공허가 공기에 몸을 숨겨 흐른다. 향수처럼 인위적이길 거부하고 인센스처럼 자신을 공기 중으로 숨긴다. 공허의 시간이 흐른다. 얼어붙은 허무의 강이 얼음장 아래에서 움직인다. 클럽 안의 테크노와 바깥의 폐공장이 이어진다. 비어 있는 공업 도시가 다음 주에도 다시 찾을 테크노 클럽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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