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느끼는 또 하나의 길

도마복음과 Andy Stott - ‘Forgotten’

by 사공사칠

예수가 말했다.


“나는 눈이 보지를 못하는 것

귀가 듣지를 못하는 것

손이 만지지 않는 것

사람의 마음에 떠오르지 않는 것을

너희에게 주겠다.”


(도마복음 중)



Andy Stott - ‘Forgotten’



나라는 사람은 다섯 가지 감각에 갇혀 사는 동물이다. 독수리보다 선명하게 보지 못하는 눈은 세상에 있는 색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박쥐보다 밝지 않은 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 파리지옥은 0.2초 만에 먹잇감의 움직임을 감지한다고 한다. 그에 반해 나는 너무도 느려 서서히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지 못한다. 오감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험이 너무 많다.


도마복음에 등장하는 다음 어록은 우리가 느낀다고 믿는 세계가 얼마나 한계로 가득한지 말한다. 특히, 나는 시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자연 세계의 시간은 한 쪽으로 흐를지 몰라도 한 사람이 느끼는 시간은 어제와 오늘을 넘나들며 흐르다가 역류한다. 제멋대로 뒤섞이는 시간을 시계 안에 가두려 드는 나는 시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Andy Stott의 ‘Forgotten’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 [Too Many Voices]는 파격이다. 그중에서도 ‘Forgotten’은 잊힌, 모든 시간은 잊히고, 잊히는 시간은 들쑥날쑥 잊힌다고 느끼게 한다. 이 곡을 듣기 이전에 겪은 적 없는 시간관이다. 테이프를 빨리 감으면 음정이 올라가고 느리게 감으면 음정이 낮아지는 효과를 곳곳에 집어넣어 시간에 자유를 심었다. 음정이 변하는 에코와 끝나지 않는 피드백은 머릿속에서 깎이고 흩어지는 기억이다. 잊히는 것은 잊힘을 거듭하며 원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진다. 오랜 시간 동안 풍화되어 흙산이 평야가 되고 돌산이 바다가 된다.


시간은 수만 가지 방식으로 느낄 수 있다. 이 노래는 시간을 느끼는 여러 길 중 하나를 표현했을 뿐이다. 산에 오르는 길은 수만 가지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산책로를 밟을 수도 있지만 바위를 밟고 올라설 수도 있다. 기어갈 수도 있고 걸어갈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내가 오른 산책로가 정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사람은 어리석다. ‘Forgotten’을 들으며 느낀 시간도 여러 길 중 하나일 뿐이다.


도마복음 속 예수가 제자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무엇일까? 보인 적 없고 들린 적 없는, 만진 적 없고 느낀 적 없는 세계가 내 앞에 있다. 미지의 세계를 겸손한 마음으로 경험하겠다고 다짐한다. 한계를 품은 몸과 마음으로 더 넓은 세상을 받아들여 자유를 맛보겠다.



Image: Andy Stott - [Too Many Voices] 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