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수트라 경구 26을 읽고
시간에 의해 단절되지 않기 때문에 그는 또한 과거에도 구루였다.
(요가수트라 경구 26)
구루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 임무를 찾아, 그것에 집중하고 몰입하여 노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안다. 집중할 임무를 알기에 무엇을 하지 않을지도 안다. 그는 결단이 빠르고 갈팡질팡하는 시간이 짧다. 그러나 어떤 때, 그는 해야 할 임무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방황한다. 방황처럼 보이는 이 시간은 사실 산책하는 시간이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는 그는 해야 할 임무를 발견한 즉시 산책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온다.
키가 큰 친구가 하나 있다. 싱클레어가 바라본 데미안 같은 친구다. 큰 키와 깊은 눈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독특한 아우라를 뿜었다. 범상치 않다고 느꼈다.
그는 말이 별로 없었는데 필요한 말은 했다. 말할 가치가 있는 단어와 맥락을 골랐다. 그의 말은 난잡하지 않았다. 두서없이 지껄이는 나와 달리 그는 숙련된 장수가 실전을 위해 칼을 갈듯 말을 가다듬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를 때 그는 노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는 즉시 내뱉는 나와 달랐다. 그는 나보다 문명인에 가까웠다.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뱉는 사람은 본능이 지배한다.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언어 안에 눌러 담는 사람은 본능을 극복하는 사람이다. 그의 침묵이 나의 언변보다 강했다.
구루는 해야 할 임무를 찾아 헤매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가끔 헤맨다… 키가 큰 친구도 그랬다. 지금 그가 선 곳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고 느끼자 그는 결국 있던 자리를 떠났다. 그 자리는 꽤 따뜻하고 안전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자리에 앉고 싶어서 치열한 젊은 날을 보냈지만, 그에게 따뜻했던 그 곳은 자신을 좀먹는 늪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향을 떠난 성서 속 아브라함처럼 먼 길을 떠났다. 오랫동안 사막을 헤맸다. 중간에 나침반을 잃어버려 뱅뱅 돌았다. 지금이 몇 시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알 길이 없었다.
가끔 밤에 잠을 자려고 할 때 사자와 표범이 카라반 근처로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싸울 수 없었다. 맞서기에 맹수는 너무 강하고 무서웠다. 제발 나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비굴한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맞설 용기는 없었고 그들에게 발견되지 않는 요령만 늘었다. 따뜻한 자리를 떠나올 때 품은 기백은 모래 밑에 묻혔다. 밤이 지나고 해가 뜨기만 간절히 바랐다. 제발, 밤이 없었으면. 그러나 야속한 밤은 여전히 찾아왔다.
지금도 그는 사막에서 밤과 낮을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헤맴에서 이유를 본다. 그는 또한 과거에도 구루였기 때문이다.
시간에 의해 단절되지 않기 때문에 그는 또한 과거에도 구루였다. 시간은 어제, 오늘, 내일처럼 딱 자를 수 없다. 시간은 물이다. 물은 자를 수 없다. 물은 다른 물과 잠깐 구분될 뿐이다. 어제의 안락과 오늘의 방황, 혹시 찾아올지 모를 내일의 희망은 잠시 다른 양동이에 담겼을 뿐이다. 사실 모두 같은 우물에서 길었다.
그 우물 깊은 바닥에는 자신을 감동하게 하는 임무가 무엇인지 아는 구루가 빛을 심었다. 태양이 높이 떠오를 때 물 위에 비친 빛은 우물 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 너무도 밝고 환해서 물조차 녹아 흘렀다. 바닥을 보고 싶어 드민 내 얼굴 또한 녹아버렸다. 빛이 너무 강해서 나는 그가 심은 것이 빛인지 아닌지조차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그저 키가 큰 친구가 구루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우물 바닥에서 쏟아지는 것이 빛이 아니라면 내 눈이 이렇게 쉽게 멀 리 없다. 눈이 보이지 않아 나는 그가 심은 빛을 경청할 수밖에 없다. 지껄이던 나를 그가 조용히 시켰다. 역시, 구루가 맞다.
Image: 정미조 - [바람 같은 날을 살다가] 앨범 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