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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작가 Nov 14. 2024

호텔 스위트룸이 사무실라고요?!

8. 당황한 놈

2016년도에 경험한 일이었다. 외주 제작사와 파일럿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되었다. (같이 일을 하고 싶었던 메인언니와의 작업이라, 외주 제작사라는 불안함을 견뎌보기로...) 처음 피디와 미팅하던 날, 미팅 장소를 받았는데 읭? 호텔? 문자를 잘못 받았나 싶었다. 그런데! 잘못 받은 게 아니라 미팅 장소가 호텔이었다.


호텔 앞에서 작가들과 만났고, 로비에서 피디를 만나 엘리베이터를 탔다.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호텔 키를 찍고(?) 방으로 들어갔다. 꽤 큰 스위트 룸이었다.

그렇게 그 스위트 룸에 6인짜리 테이블 2개가 들어왔고, 우리는 거기서 파일럿 2회를 준비했다.


당시 사진이 많이 없다. 자세히 보면 옷장과 침대, 주방 후드가 보인다.

사무실이 호텔인 것도 당황스러운데, 호텔 룸 키는 단 두장...! 출근할 때 제일 먼저 도착하는 2명이 로비에서 호텔 룸 키를 받아 올라가고, 나머지는 호텔 로비에 말을 하면 엘리베이터를 태워서 올라가거나 먼저 도착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누군가가 로비로 내려와 같이 올라가는 아주아주 독특하고 불편한 방식으로 출근을 했다. 또, 호텔 방(이지만 사무실)에 화장실 겸 욕실이 하나 있었는데, 문이... 화장실 문이... 불투명한 문에 잘 닫히지 않는 슬라이드 형식 문이었다. 게다가 화장실에는 아주아주 큰 대형 욕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ㅎ^ 세상 불편한 화장실 덕분에 몇 명은 1층 로비 화장실을 사용하고자 매번 1층으로 왔다 갔다 하기도 했다.


오전 10시 30분쯤 출근해서 바짝 일하면 금세 점심시간이 되는데, 누가 봐도 단체로 호텔 후문으로 나오는 게 이상했을까... 항상, 매번!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그냥 고개를 돌리다 본 걸 수도 있겠으나 아니다, 호텔 직원도 아닌 평범한 사복을 입은 여자 4-5명과 남자 1명이 호텔 후문으로 나온 게 이상하고 궁금했으리라고 본다. (후문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만두전골 식당이 있었는데 참 자주 갔다.)


그렇게 한 달 반 정도 호텔 스위트룸에서 일을 했다. 이상하고 신기한 사무실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한 덕분에 2회짜리 파일럿이 정규편성을 받았고 외주 제작사가 바뀌면서 정상적인(?)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정상적인 결말~!

호텔 벽에 양면 테이프로 붙여가며 일했던 시절...!

그리고 얼마 전... 그 호텔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추억이 사라져서 아쉬운 마음에 끄적여본 호텔 사무실 썰! 끄읕!

추억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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