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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작가 Nov 18. 2024

출연자 덕분에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9. 깨달은 놈

부부 관찰 예능을 하던 때이다. 처음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담당한 출연자 이야기이다.  이 부부는 결혼하고 1달 뒤부터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 관찰 예능을 시작했다.


그래서 갓 결혼한 신혼부부의 초반 그 투닥거림부터 모든 걸 곁에서 지켜봤는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살림을 합치는 과정에서의 사소한 의견 차이... 그리고 사소하지 않은 가족 문화 차이 등 마치 내가 이 부부의 가족이 되어 부부의 삶을 지켜보고, 나의 의견을 제시하고, 미혼인 주제에 부부 사이에 조언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진짜ㅎ)


부부는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가지 않았다.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에는 스케줄이 안 됐던 것 같다.) 아무튼, 방송을 함께하고 2달 정도 지났을 때 신혼여행을 가게 됐는데 신혼여행을 아이템으로 촬영도 함께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촬영이 끼다 보니, 부부가 많은 배려를 해주었고 우리 역시 최대한 신혼여행처럼(?) 구성을 짰지만...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본촬영 3일 전에 나는 이미 신혼여행지로 가 촬영 답사를 진행했고, 본 촬영 당일부터 약 4일간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라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또 어떻게 상황이 달라질지 종잡을 수 없었다. (나라를 밝히면 바로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밝히지 않겠다.)


4일간의 촬영 동안, 부부의 최측근으로 두 사람을 관찰한 결과 나는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사랑하게 되었다. 아직 신혼이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이었겠지만 예를 들어,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고 촬영에 지쳐서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굼떠지고 출연자 역시 그런 상황에서 남편이 혹은 아내가 "인터뷰는 제가 먼저 할게요"라며 상대방이 조금이나마 쉴 수 있게 배려했다. 그리고 일단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에 후광이 반짝였고 '쿵'하면 '짝'하는 티키타카가 환상적이었다. 정리가 안 되어 촬영이 딜레이 돼도 두 사람은 둘만의 이야기로 꽁냥꽁냥 깔깔 거리며 웃었고, 둘은 그저 행복해 보였다. (속사정이야 누군들 있겠지만 쨌든) 약 5년 전 이야기인데, 아직(?) 잘 살고 있는 거 보니 당시에 내 눈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이!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 같아서 나 역시 행복하다. 최근에도 둘이 꽁냥 거리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결혼을 하면, 저 둘처럼 산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로라를 바라보며 저 부부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던 게 생각이 난다.


+ 후일담(?)으로, 당시 촬영 때 내가 만약 결혼을 한다면 사회를 봐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23년 12월 내 결혼식에서 그 약속을 지켜줬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말이었음에도 시간 내주어 어찌나 감사했는지! 결혼식 1,2부 내내 웃음 가득한 사회를 봐준 그녀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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