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라 대출이 어렵겠습니다?

10. 억울한 놈

by 이지희 작가

그렇다. 나는 소위 말하는 ‘프리랜서‘다. 어떤 서류를 작성할 때, 직업란에 내 직업은 없다. 자영업자도 아니다. 그렇기에 매번 ”기타“에 체크하곤 했다. 별생각 없었다. 나는 항상 일을 하고 있었고, 서른 살이 되던 해를 기념해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간 것과 신혼여행을 간 것 외에는 딱히 2주 이상 쉬지 않고 꾸준히-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정하는 내 직업은 ‘기타’ 혹은 ‘프리랜서’일지언정, 나는 꾸준한 소득을 내는 사람.)


프로그램이 갑자기 종영돼서 일자리를 잃었을 때도, 담당 피디가 바뀌면서 본인이랑 친분이 있는 혹은 본인 입맛대로(?) 움직여줄 작가진을 새로 꾸린다고 당장 오늘까지만 일하고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통보받았을 때도 곧바로 일을 구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결코 쉽지 않았고 물론, 운도 따라줬다.


13년을 이 일이 즐겁고 자부심을 갖고 살았는데, 결혼을 하고 이사를 가려고 보니 대출이 필요한 거다. (짧게 설명하자면) 결혼 전에 내 앞으로 청약이 됐고, 다음 달에 입주 예정이다. 아파트 금액에 약 30% 정도 대출이 필요한데, 계약자가 “본인“이기 때문에 본인 앞으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내가 프리랜서라서 서류도 많고... 복잡 그 자체.


프리랜서 종합소득세 신고는 매년 5월이고, 올해 5월에 24년도 소득 신고를 했지만 이게 반영되려면 7월 중순이 되어야 하기에 나는 23년도 소득금액증명원을 떼 갔고... 어쨌든, 23년도 소득이 발생한 프로그램은 현재 종영됐거나 그 프로그램에서 내가 더는 작가로 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나의 근무 지속성을 확인할 수 없기에) 은행도 난감하다고 했다. 24년도 소득이었어도 마찬가지. 현재 일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 재직증명서도 함께 제출했으나, 기간이 짧고 (지속적이지 않고) 프리랜서는 급여 명세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소득 확인이 안 되니 올해의 소득은 증명이 안 됨. 추가로 세무사를 통해 소득신고를 했기 때문에, 세무사에게 ‘24년 종합소득 과세표준 확정 신고서’까지 요청해서 팩스로 받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무소득자로 인증을 해보자고 해서, 해촉증명서를 다 받아달라고 하길래 이전 프로그램 연락해서 그것도 다 받아다 전달함.)


+ 부부합산소득을 보려면 계약자 본인의 소득이 1원이라도 발생해야 부부 합산 소득으로 인정할 수 있고, 부부합산소득으로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나의 소득을 인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자, 이제 은행 내부 검토를 해서 이번 주 내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대출이 안 되면, 남편 명의로 계약자 변경을 요청해 보든지(보나 마나 안 될 듯)!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데, 어찌나 억울한지 가슴이 답답하다.


이 일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왠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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