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기록5
‘마더’라는 드라마(tvN 2018.01.24. ~ 2018.03.15.방영종료 16부작)가 있었다. ‘수진’(이보영)이 친엄마와 계부에게 학대당하는 아이 ‘혜나’(허율)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무엇보다 나의 흥미를 돋운 대목은 수진 또한 학대를 받은 기억을 안고 버려진, 그리고 입양된 아이였다는 사실이다.
자신과 동일한 상처를 가진 혜나를 주목하고 있던 수진은, 아이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살리기 위해 데리고 도망친다. 즉, 범죄자가 될 작정까지 한다(극 중에서 실제로 납치 및 유괴라는 어마어마한 혐의를 받아 재판장에 서게 된다). 혜나는 또 혜나대로, 이제 ‘혜나’는 죽었다며, 수진이 자신에게 지어준 새로운 이름, ‘윤복’과 함께, 수진을 자신의 새로운 엄마로 받아들인다.
아무리 동일한 상처를 지녔다 해도 수진은 어떻게 자신의 삶 전체를 내던지면서까지 혜나를 구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입양한 아이 수진을 친딸보다 더 귀하게 품어내었던 엄마 ‘영신’(이혜영)의 사랑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사랑을 받은 사람은 결국 그 사랑을 흘려보낼 수밖에 없는데, 수진은 영신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이었으니까. 정작 그 자신은 뒤늦게서야 영신에게 마음을 열었지만.
나는, 우리는 혜나가, 수진이 낯설지만은 않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 우리는 모두 ‘혜나’와 같기 때문이다. 왜곡된 세상과 삶의 학대를 받아내며 살아(죽어)간다. 이런 나를, 우리를 구하기 위해,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심지어 죄인이 될 작정까지 하고 우리에게 온 분이 바로 예수님 아닌가. 뿐만 아니다. 혜나가 얻은 윤복이란 새로운 이름처럼, 우리에게 ‘하나님의 자녀’라는 새로운 정체성까지 선사한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을 ‘아빠’라 부르며 그 큰 품 안에 들어가 따뜻한 사랑의 보살핌을 받는다.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사랑받는 자녀가 된 우리에게 왜곡된 세상과 삶이 던지는 학대가 더 이상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윤복이 된 혜나는 절대로 혜나로 돌아가고 싶지도, 돌아가지도 않을 거다. 혜나는 죽었으니 돌아갈 수도 없다. 혜나로 하여금 윤복이로 살지 못하게 하려는 손길들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예쁜 할머니 영신과 엄마 수진의 손을 단단히 붙잡고 하루하루 용기 있게 세상과 삶에 맞서며 언젠가 엄마 수진과 함께 갈 아이슬란드를 꿈꿀 게다. 사실 엄마 수진과 할머니 영신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나는 지금 윤복일까, 아님 혜나일까.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그러니까 ‘하나님의 윤복이’가 되어본 사람은 ‘이전의 혜나’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가 스스로 자신을 ‘이전의 혜나’로 여길 뿐이다. 우리 모두, 주어진 사랑을 풍요롭게 누리며 하나님과의 동행이 이끌어갈 목적지를 꿈꾸는 ‘하나님의 윤복이’가 되기를, 더불어 또 다른 혜나를 위한 엄마 수진이 되어줄 수 있다면야 더더욱 사랑스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