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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격하는지혜 Jan 21. 2021

‘윤스테이’의 이미 이긴 게임

실패가 불가능한 조합의 예정된 성공기


성공의 기억이 담긴 데이터 위에 쌓는 작업은 웬만해선 실패하기 어렵다. 성공의 전적이 자동으로 또 다른 성공을 불러온다는 게 아니라, 데이터들이 쌓여 만드는 기반이, 노하우라고도 불리는 이것이 그 위에 놓인 새로운 도전들을 성공에 가깝도록 이끌어간다 하겠다. 물론 세상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거라, 어떤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 일의 진행방향을 전복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긴 하다만.


tvN '윤스테이'1


적어도 tvN ‘윤스테이’는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영 직전에 일각에서 흘러 나왔던,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국민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 마땅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논란은, 막상 시작되고 보니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에 크게 문제될 게 없어 잠잠해졌고. 오히려 ‘윤스테이’에 이목만 더욱 집중시킨 한차례 소동이었다 할까.


‘윤스테이’는 나영석 사단의 ‘윤식당’을 잇는 프로그램으로, 주로 해외 로케로 이루어졌던 ‘윤식당’이 팬데믹으로 진행하기 어려워지자 국내에서 가능하도록 새롭게 기획되었다. 전라남도의 한 전통가옥을 빌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숙박업의 형태로 진행했으며, 사정상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 중 입국한지 1년 미만의 사람들, 즉 코로나로 인해 한국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을 사람들이 그 대상이었다.


tvN '윤스테이'2


한국의 맛은 물론이고 멋과 정서를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는 그대로 두면서, 현 시국에 맞춘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시의적절하지 못했던 플랫폼은 시의적절한 가치를 부여 받았고, 사람들은 아무런 마음의 불편함 없이 배우 혹은 스타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을 낯선 외국인들과 머물며, 식사를 비롯한 각종 추억 거리를 건네는 이야기를 즐거이 감상할 수 있었다.


그간 유사한 맥락을 지닌 프로그램 여럿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온 DNA가 충분히 발현된 노련미라 보아도 되겠다. 무엇보다 이러한 힘이 가장 잘 발휘된 부분은 출연진의 조합이다. 기존 ‘윤식당’의 멤버인 윤여정과 이서진, 박서준, 정유미의 이미 검증된 호흡에 최우식이 새롭게 합류한 형태인데, 엄밀히 말하면 최우식은 새로운 구성원은 아니다. 배우끼리의 개인적인 친분도 친분이고, 앞선 프로그램 ‘가을방학’을 통해 정유미, 박서준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확인된 바 있으니까.


tvN '윤스테이'3,4,5


좋은 성과를 낸 데이터를 겹겹이 쌓으니 그야말로 성공보다 실패하는 게 더 어려운 조합이 완성된 것이다. 자연스러운 호흡이 배우 본연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까닭이다. 안 그래도 허구의 이야기 속 허구의 역할로만 보았던 존재들이, 게다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른 스타이기도 한 이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손님을 안내하고 서빙을 하고, 필요하면 말동무까지 하는 장면 그 자체로 흥미로운데, 그들이 진심 어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느껴진다. 대중에게 이만한 진귀한 볼거리가 또 없다.


‘윤스테이’로서는 진정성을 획득하게 되는 지점으로, 정확히는 ‘윤스테이’가 제공하는 상황에 놓여 그 취지에 맞게 움직이고 있는 출연진들, 배우들이 대중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이루어진 성과다. 어쩌면 ‘윤스테이’는 처음부터 실패가 불가능한 키를 쥐고 이미 이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수도. 현 시국이 가장 강력한 변수가 될 뻔했으나 이마저도 영민하게 잘 넘겼으니, ‘윤스테이’는 또 하나의 성공의 데이터로 기록될 일만 남았다.


tvN '윤스테이'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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