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가려진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러나' 오은영
아이들은 사실 다 알고 있다. 부모의 고통과 고뇌를 비롯한 모든 감정을. 단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뿐이지 부모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섬세하게 더듬으며 때로는 날아오르고 또 때로는 나락에 떨어진다. 하지만 부모도 사람이다. 매번 평안하고 강인할 수 없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니, 육아가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다행히 오늘의 육아에는, 여러 배움처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같은’),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오은영’ 박사가 있다. 그녀는 부모와 아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갈등을 바라보고 해결점을 찾는데, 그녀에게 육아는 단순히 부모가 자녀를 돌보는 행위가 아닌, 각각의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가 맺는 관계적인 측면의 것인 까닭이다.
그리하여 금쪽같은 내 새끼가 어느 때는 철천지원수로 느껴지기도 하는 부모의 고락을 깊이 공감해주는 한편, 부모가 부모로서의 일방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아이의 마음에 눈높이를 맞추어 세밀히 들여다 볼 것을 강조한다. 물론 강조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그의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한다. 이 때 그녀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아이의 문제를 문제로서만 여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금쪽같은’의 에피소드 하나를 예로 들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인 딸과의 관계에서 고통을 겪는 한 엄마가 있다. 엄마는 행동이 산만하고 제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목소리부터 높이는 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까지 앓았다. 스튜디오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어쩌면 시청자들까지도 엄마의 시름에만 공감할 때 오은영은 그러지 않는다.
엄마의 마음을 쓰다듬어준 후 바로 딸의 과도한 행동에 묻힌, 가려진 마음, 진짜 속마음에 집중한다. 그리고 곧 발견해낸다. 아이도 어쩔 수 없는 본인의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엄마에게 미안해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엄마가 품어주었으면 좋겠는데 자신을 문제아로만 취급하는 것만 같아 섭섭하고 속상하고, 또 자신만 없으면 가족에겐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생각에 서글픈 마음도 든다는 것을.
그녀에 따르면 ADHD는 낙인이 찍힐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하나의 병명일 뿐이다. 치료 또한, 아이가 문제라서 아이를 고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좀 더 건강하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건네는, 우리가 또 다른 맥락(감기에 걸린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등의)에서 건네는 것과 별다르지 않은 도움이다. 결국, 정작 문제는 아이가 ADHD인 게 아니라 공감과 소통이 부재한 상황에 있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아이의 증상을 악화시킨 건, 자신을 문제라고 보는 부모 혹은 가족의 시선이 남긴 상처였을지 모른다. 오은영의 안내를 따라 아이의 문제가 아닌, 그 마음에 눈을 맞춘 엄마는 눈물을 쏟고 만다. 두 마음이 길고 긴 길을 돌아 드디어 맞닥뜨렸으니, 해결점을 찾는 건 이제 일도 아니다. 부모도 아이도 서로를 위해 진심어린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처방의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금쪽같은’을 통한 오은영의 영향력이 육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꾸고 있다. 육아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고통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어, 더이상 육아를 난제(難題)로만 여기지 않고 그것의 본래 의미와 목적인 아이를 기르는 기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혹독해지는 세계를 살아가느라 이것저것 고민 투성이인 오늘과 내일의 부모들에게, 오은영은 존재만으로 더없이 든든한 믿을 구석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