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가 치른 범죄와의 전쟁, “전 왜 15억이죠?”
사생활이 동의 없이 공개된다는 건 누구에게나 치명적이다. 대중에게 보여지는 이미지가 활동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스타들에겐 더더욱 그러하다. 이들에겐 앞으로의 향방과 직결되는 문제인 까닭이다. 그래서 분명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음에도, 사생활이 볼모로 잡혀 있어 가해자를 가해자로, 범죄를 범죄로 다루지 못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거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사생활을 볼모로 협박을 건넸던 범죄자에게 보여준 하정우의 대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사건의 정황부터 이야기하자면, 재작년 12월 배우 하정우는 그의 휴대폰을 해킹했다며 개인 정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연락을 받는다. 여타의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상당한 충격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나, 곧 마음을 다잡고 차분하게 대응하며 자신에게 연락을 취해 온 해커 즉, 범죄자를 추적할 만한 실마리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한다.
“우리 만나서 폰의 가치에 대해 논의합시다, 전 왜 15억(원) 이죠?”
협박범 쪽에서도 적잖이 당황했을 터. 대부분 초조한 기색을 보이며 본격적인 협상의 자세를 보였을 텐데 하정우하고는 대화가 오고 가긴 하나 진전이 없다. 배우라서 그런가 어법도 색다르다. 폰의 가치에 대해 논의하자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쪽은 협박을 하고 있는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이래저래 곤란하고 불리한 처지에 놓인 상대방에게서 뭔지 모를 여유가 느껴지는 것이다
하루 종일 오돌오돌 떨면서 오돌뼈처럼 살고 있다는 둥, 말 편하게 해도 된다 했더니 바로 말을 놓으며 쉼 없는 스케줄로 바쁜 이 상황에 가격 흥정을 할 때냐는 둥, 이쯤 되면 협상에 임하는 하정우의 진정성을 의심해 볼 만도 했겠다. 하지만 이미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자만 때문일까.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워야 할 때에, 스스로 '고호'라 밝힌 이 해커는 하정우의 말에 수긍하며 맞춰주느라 정신을 쏙 빼앗겨 결국 꼬리가 밟히고 마는 신세가 되었다.
“나 그럼 무밭이고 배밭이고 다 팔아야 해, 아님 내가 너한테 배밭을 줄 테니까 팔아 보든가”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배포가 큰 사람이라 해도 자신의 사생활 및 개인정보를 유출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상황이 두렵지 않을 리 없다. 무려 대중에게 이미지가 확고히 세워진 스타 배우다. 사적인 정보가 유포되어 불특정다수에게 공유된다는 사실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을까. 어쩌면 동일한 장면에 처했던 여타의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하정우 또한 적당한 선에서의 협상을 통해 조속한 해결을 만들어내는 게 심적으로 더 편한 방향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황이 공포스럽고 그로 인해 발생할 결과가 두렵다고, 엄연한 범죄가 무고한 사람에게 입히는 피해가 정당화되어선 안 된다. 범죄를 범죄로, 가해자를 가해자로 다루지 못한다면, 당연히 처벌받고 저지되어야 할 죄가 자꾸 가능해지고 자연스러워진다면, 범죄가 무법적 힘을 얻게 되고 결국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부조리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는 유명인에게만 해당되지 않으며 일반인들 중에서도 상당수 발생했고 발생되고 있다.
이러한 정상적인 사고의 흐름, 즉 더이상 무고한 피해자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하정우로 하여금, 경찰에 신고하여 범죄자를 잡기 위한 공조를 벌이게 한 것이다. 덕분에 그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은 고호를 포함한 일당은 경찰의 추적에 잡혀 구속기소 되었으며 현재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확정된 상태다. 그리고 역시나 그들이 저질러온 악행의 대상엔 일반인들도 있었으니, 범죄를 범죄로 다루고 가해자를 가해자로 처벌받을 수 있게 한 하정우의 대처가 우리 모두에게 더없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