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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격하는지혜 Feb 03. 2021

‘싱어게인’을 ‘싱어게인’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것

결국 이들의, 노래를 대하는 진심이 승부처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인지라 긴장 일색일 수밖에 없는 JTBC ‘싱어게인’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콤비가 있다. MC를 맡고 있는 ‘이승기’와 심사위원 중 하나인 ‘규현’이다. 이들도 무대의 무게를 알고 있어서일까, 혹은 대중에게 이름과 노래를 알리고자 하는 열망의 시기를 동일하게 거쳐봐서일까. 매순간 무대 위에 선 참가자들의 마음과 노래에 최선을 다해 응하는 것이다.


JTBC '싱어게인'1


진행자로서 프로그램을 수려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이승기의 가장 큰 장점은 진행만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싱어게인’의 무대에 참여한 가수들이 자신의 순서가 되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가장 전심으로, 온몸으로 감상하는 모습을 보이며 무대의 흥을 돋우고, 시청하는 이들로 하여금 그의 얼굴에 만연한 즐거움에 동요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다 부르는 이의 생애를 그대로 비추이는 노래라도 맞닥뜨리게 되면 이승기의 눈은 금세 촉촉해졌는데, 언젠가부터 배우로서 얼굴을 더 많이 비추고 있지만 첫 시작은 가수로서 내딛은, 지금도 여전히 활동 중인 가수이기에 보일 수 있는 짙은 공감의 모양새라 하겠다. 덕분에 ‘싱어게인’의 무대는 조금의 적막함도 허락되지 않는 공간으로, 오디션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이를 보고 듣고 평을 해야하는 사람들이나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


JTBC '싱어게인'2,3


이승기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프로그램에 재간을 더하는 규현 또한, 노래와 무대 앞에서 유별난 진심을 보인다. 순서가 시작될 때마다 나타나는 그의 눈빛과 표정은 단순히 심사위원의 것이 아닌, 음악을 사랑하고 무대에 선 모든 가수들을 동료 가수로서 존중하는, 음악인의 것인 까닭이다. 한 순간도 장난으로, 허투루 대하지 않는 규현의 모습은 보는 이들 또한 자세를 고쳐잡고 제대로 무대를 감상하도록 만드는 무언의 힘을 발휘한다.


예능인으로서도 뛰어난 기질을 보였을 뿐이지, 어쩌면 아이돌 가수라는 꼬리표가 안긴 편견에 가리워 있었던, 누구보다 본업인 가수로서의 기량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임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심사위원으로서도 나무랄 데 없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노래를 듣고 보는 자신만의 안목 또한 탄탄해서 거기서 비롯된 뚜렷한 기준을 바탕으로 선택을 내리니, 그의 반응이나 선택을 신뢰하며 보게 된다.


JTBC '싱어게인'4,5


그야말로 스타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으로서의 모습으로, 이는 ‘싱어게인’이란 프로그램 자체에 깊이를 더하는 동시에 시청자에게는 또 하나의 흥미 가득한 구간이다. 전문인이 해당 분야를 깊은 애정으로 대하는 장면은 그 열정이 지닌 힘 때문인지, 언제 봐도 묵직한 감동을 전해 오니까. 게다가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도 동일한 맥락 위에 놓여 있어, 대중의 관심과 그에 따른 화제성은 진정성이란 탁 트인 항로를 따라 순항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


대표격으로 이승기와 규현만 언급했지만,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진심을 보이는 게 비단 이 두 사람만은 아니다. 무명가수로 출연한 모든 이들과 이들의 음악을 마주하고 있는 심사위원들 모두가, 놀랍게도 그러하다. 결국 노래를 대하는 각각의 진심이 ‘싱어게인’의 승부처였으니, 이승기와 규현에게도 그간 다른이미지에 가려져, 잊혀져 있던 본연의 힘을 뿜어 낼 판이 깔아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을지도. 두 사람에게도 ‘싱어게인’은 참여한 가수들에게만큼이나 각별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겠다.



JTBC '싱어게인'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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