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2025

미국 오피스 이야기

by 윤준희

내 오피스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60층에 있다.


펜스테이션 역에서 33번가 출구로 나오는 에스칼레이터에서 바로 보인다.


역에서 빌딩까지 걸어가는 33번가에 대략 3명 정도의 홈리스가 누워있다.


요즘은 안 보이는데 젊은 여자 홈리스도 한명 있는데 다리 하나가 무릎 아래에서 절단되어 있다.


어떤 사연으로 여기까지 왔을까.


어두침침한 로비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대략 100년 가까이 된 복도가 나온다.


능숙하게 사원증을 입구 세큐리티 첵에 탭 하고 오피스에 들어간다.


오피스 안은 뭐 여느 미국 오피스랑 다르지 않다.


한국 오피스랑도 별 다르지 않다.


피쉬탱크라 불리는 유리벽 미팅룸에, 별로 크지 않은 책상에, 끌어올리면 서서 일할 수 있는 스탠드, 그리고 모니터 두개.


갈때마다 보이는 직원은 대략 20명 정도. 미국 백인은 반 정도다. 내 보스 포함.


중미, 한국, 베트남, 싱가폴, 중국, 나이지리아, 프랑스, 출신지도 다양하다.


라크로아 탄산수 한잔 갖다놓고 일을 시작한다.


거래처랑, 팀이랑 미팅 몇번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팀 미팅.


조용히 일한다. 일의 대부분이 코딩하거나, 엑셀로 모델 만들거나, 이메일 주고받거나 이니.


10시 반쯤 되면 어김없이 응차가 마려온다.


100년 가까이 응축된 약간의 지린내가 방향제와 섞여나오는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아 잠깐의 휴식을 즐긴다.. 면 좋겠는데,


미국 답게 화장실에서는 휴대폰 셀룰러 네트웤이 안통한다. 치사빤스.


12시 반쯤 되면 집에서 만들어온 도시락을 전자렌지에 데운다.


우적우적 먹으면서 일하는 척 한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


3시쯤 되면 지쳐온다. 한시간 반만 더 버티자.


다행히도 4시 언저리에 이멜 거리를 만들어냈다. 앗싸.


자랑스럽게 이멜 뿌리고 가방을 싼다.


4시 45분에 나와서 펜스테이션까지 경보를 해서 간다.


5시 8분 기차를 타야 익스프레스로 역 많이 안거치고 가기 때문이다.


메타천 기차역까지 정신없이 자거나, 유튜브 비디오 몇개 보거나.


역에서 내려서 차를 타고, 어김없이 막히는 고속도로를 기어간다.


오늘은 또 무슨 대형사고가 났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나 싶었는데,


딸냄 시험이 금요일에 있단다.


리뷰는 내일 하기로.


아들냄은 어제 샤워시켰다. 앗싸.


쉬다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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