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

공, 영어, 수학, 프로그래밍, 대인관계, 등등

by 윤준희

한국에서는 흔히 컴플렉스라고 번역되는, 그러니까 해도해도 잘 안된다거나, 하려고 하면 뭔가 계속 꼬인다거나 하는 일들을 미국에서는 징크스라고 부른다.


어렸을때 꽤 많은 징크스가 생기고, 그걸 하나씩 하나씩 이런저런 위기를 겪으며 해소해 나간다. 그게 인생이지.


그중에 날 제일 짜증나고 괴롭히다가 나중엔 공포심까지 들게 만드는것이 - 어처구니 없게도 - 공이다.


다른 예전 징크스들 - 영어, 수학, 프로그래밍 이런것들은 나중에 어떻게든 들이파고 하다하다 보면 된다. 외려 약점이였던 것이 강점으로 바뀐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 징크스는 50이 넘었는데도 안풀린다. 말하자면, 공 갖고 노는 모든 놀이를 못한다. 축구 농구 배구 족구 이런 것들은 당연하고 골프 당구까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질색하고 싫어하는 정도?


그럼 왜 공이랑 그렇게 안 친할까?


이유는 아마도 간단하다. 사람들이랑 모여서 갖고 놀아야 하는 것이니. 즉 사람이랑 노는걸 잘 못하기 때문일거다. 보다 엄밀하게 사람이랑 놀면서 경쟁하는걸 잘 못한다. 그 경쟁의 스트레스를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팀웤이나 이런게 특별히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든다. 그러나 비슷한 경력이나 스킬셋의 직원 여러명이랑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면? 아마 바로 다른 잡을 찾을것 같다.


퀀트라는 내 스킬셋의 특성상 경쟁이 거의 발생되지 않는다는 점이, 그리고 하다하다 박사까지 하게된 것도 결국 경쟁 회피 심리 때문이 아닐까.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성적 이런것에 크게 아랑곳 안했던것 같다. 퀀트니 박사니 이런것들은 다 자기와의 싸움이니까.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내 7년 가량의 직장생활은 그런 면에서 왜 그리 힘들었는지 이해가 된다. 그냥 타인 관점에서 뭔가 이상한 놈 아니였을까?


미국처럼 전 남성 인구가 스포츠에 반쯤 미쳐있고 스몰톡 에티켓이 사회생활 최대 덕목인 이런 나라에서는 어찌보면 내 스타일은 바로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분류될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정말 다행인 점은 내 할일 잘 하면 이나라는 그냥 나를 내버려둔다. 그 "잘" 이 좀 많이 어려워서 그렇지만.


이 공 징크스는 아마도 평생 갈것 같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건강을 해치는것도 아닌데. 그냥 생긴대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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