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2025 토요일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by 윤준희

저번 갱년기 랑 의미부여 편에서 언급했지만, 남자가 45살이 넘어가면 많은게 달라진다.


아빠가 45살 언저리에 그때 한참 유행하던 가정용 약탕기를 엄마가 하루종일 달이던게 기억난다. 그 냄새가 아직 기억나는데, 감초, 당귀, 대추가 쿰쿰하게 뒤섞인 쌍화탕의 두배 강렬한 향이다. 지금도 싫다.


남성호르몬이 줄어들고 여성호르몬이 나오면서 별일 아닌데 흐느낀다던지 이렇다고는 하는데, 난 감정이 여간 메마른게 아닌 INTJ라 그런지 별 감흥은 없다.


다만 애아빠라 그런지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끼들 고통받는건 잘 못 보긴 한다.


45세부터는 하루종일 그로기 상태로 사는 느낌이였는데, 50이 되니 어디가 언제나 아프다. 소화가 안되기 시작한다. 입맛이 없어진다. 등등. 담배도 술도 안하는데 그렇다. 뭐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며칠 전에 동갑나기 친구가 뭘하다 죽어야 할지 고민이라 말하는것 보고, 문득 생각이 든게 있다. 맞다. 요즘들어 황혼기를 상징하는 것들, 즉 노을, 슬로우 재즈, 블루스, 등 뭔가 저물어가는것, 그리고 그 회한들이 무의식에 가득 쌓여있는걸 느낀다.


거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랄까, 98년에 대학 졸업하고 쭉 살아온 방식이 목표설정-액션아이템-돌파구-다음목표설정 이런 무한 반복이였는데. 그럼, 그때 목표는 다 이루었나?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런것 보면 어떻게든 후회없이 살아온것 같긴 하다. 다만, 커리어와 재산형성 이런 딱딱한것들 이외에, 특히 인간관계에는 아쉬운점이 많아야 하는데, 그 심각성을 전혀 인지 못한다는게 문제 아닐까.


여러모로 나의 한계를 본다. 그러나, 한계 이후의 삶은 죽음이 아니다. 회한도 아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새로운 삶이다. 내 아이들에게 그래서 배우는게 많다. 새로운 삶. 쳇바퀴 바깥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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