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만찬
와이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카톨릭 전통 의식을 찾아서 하는것을 좋아한다.
희년인지 알지도 못했다. 올해다. 영어로는 Jubilee 라고 하나.
오늘, 땡스기빙 데이 당일에 희년 미사를 Salem이라는 울동네와 필립스버그 사이의 외곽에 위치한 수도원에서 하는 일정을 잡았다. 전대사를 받는다고 한다. 아직도 그 뜻을 잘 모르겠다.
애들은 그냥 공원에서 노는줄 알았다보다.
미사 안한다고 본당 구석에서 뒹굴고 있다.
난 이번 기회에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미사와 기도에 빠져들었다.
영어로는 이 곳을 Shrine으로 적어놔서 무슨 뜻인가 했는데 보아하니 수도원 부속 성지 같다.
신부님들이 다 수사 신부님들이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난다.
아빠 돌아가시고, 엄마랑 한달에 한번 인천에 있는 갈멜 수도원에 미사를 드리러 갔다.
산자락에 위치한 것이나, 주택가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이나, 수도원 특유의 그 아담하고 검소하지만 정갈하고 아름다운 내부, 그리고 세상과 떨어져 사는 듯한 수사 신부님들의 맨발에 샌들. 다 똑같다.
지구 거의 반바퀴 돌아 여기 뉴저지 외곽에서 그 광경을 다시 보게 되다니.
엄마가 오래 의지했던 요셉 신부님은 이미 고인이 되셨겠지.
엄마가 하도 회사 직원들에게 배신을 많이 당해서 어느날 신부님께 상담을 청했드랬다.
어찌하면 내가 사람을 믿게 할 수 있느냐고. 그랬더니 위의 요셉 신부님 말씀이,
사람을 왜 믿어요?
사람을 믿지 말라는게 아니라, 사람을 볼때는 그 사람 이마에 물음표를 붙여놓고 생각하라고 했다는것 같다.
내가 해석하기로는, 사람을 믿는다는건 내 기대를 상대방이 충족하기를 투영한다는 것인데, 그럼 반드시 실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람을 믿고 말고 이전에 그 사람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또 하나, 그 갈멜 수도원 진입로에 노트르담 수녀원도 있었다. 봉쇄 수녀원일 것이다.
아주 연로하신 프랑스 출신 수녀님이 계셨는데, 한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하신다.
그분이 어느날 내 손을 꼭 잡더니, 혹시 성소에 관심이 있느냐 하신다. 즉슨, 수도원에 들어올 생각이 있느냐는 뜻이다.
식은땀이 확 났다.
엄마를 획 쳐다봤다. 어떻게 좀 해봐요!
엄마는 옆에서 싱글벙글 웃고 계셨다.
진정 무서웠다.
다행히도 그렇게 유야무야 넘아갔다. 하하.
수도원 분위기는 기도하기 참 좋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왔다.
여긴 심지어 지역 성당도 아닌데.
기도했다. 한 말씀만 하소서. 내 영혼이 곧 나아지리다.
그럼 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치듯이 천사가 내려와 한마디 하시는가?
무슨 말씀이 들리고 이런건 없다.
그냥 마음을 열고 듣는것 뿐.
나병환자 10명이 예수님에게 치유를 받고 기뻐하며 자기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 중에 한 명만이 돌아와서 감사를 드렸는데, 그 사람은 사마리아 인이였다.
예수님이 돌아오지 않은 9명을 한탄하시며 이방인인 그 사마리아 인에게 말씀하신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일어나서 가라."
땡스기빙이다. 한 해 받은 것에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애들은 매우 삐졌다.
오늘은 심기일전해서 땡기 만찬을 준비했다.
홀푸드에서 한덩이에 40불짜리 드라이 에이지드 립아이,
데낄라 라임 새먼,
아티초크랑 올리브 피클,
스윗 멜리사의 바게트랑 디저트 케잌,
집에 Chickpea가 있길래 홈메이드 휴무스를 만들고,
버터넛 스콰시, 크림, 우유로 만든 수프까지. 이건 정말 팔아도 될 것 같다.
스테이크 굽는거에 약간 징크스가 있었는데, 이제 진정 마스터 한 것 같다.
먼저 팬 시어링 하고 그 담에 400F 오븐에 10분 정도.
이번엔 성공한것 같다. 딸내미가 맛있다 하면 맛있는거다.
아들내미는 역시 진라면 순한맛. 편식대장이다.
와이프랑 한 해를 얘기했다.
작년에 레이오프됬을때, 11월 말까지 다녔으니, 거의 정확히 1년 전이다.
정말 다행히도 그 땐 이미 지금 회사의 오퍼를 받은 상태였다.
2025년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수확도 있었다.
토정비결에는 2025년부터 삼재라 한다.
그런데, 삼재라기엔, 너무 좋은 일도 많았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기 보다는, 뭔가 중요한 진보가 있었다.
와이프도 작년에 레이오프 됬을때 마음고생 한 얘기를 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다 추억이 되어 있더라.
2026년엔 좋은 일이 올것 같다.
부귀영화가 닥칠것이라는게 아니라, 중요한 진보를 이룰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그 분 만이 아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