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일요일에 초대형 눈폭풍이 온다고 한다. 41센티미터인가. 2피트 정도.
마지막 남은 염화칼슘을 드라이브 웨이에 뿌린다. 딱 맞게 다 썼다.
날씨는 맑고 냉랭하다. 폭풍 전야랄까.
우리 팀에서 주니어 퀀트를 뽑는다고 해서 네 명 인터뷰를 했다.
예전에 퀀트들은 다 똑같다는 얘길 들었다.
인터뷰를 하는 상황이 되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레쥬메가 거의 뭐 다 똑같다. 이름만 섞어놓으면 구분이 안될 정도.
다들 쟁쟁한 학교, 세네번 정도의 인턴쉽, 내가 20대 후반 30대 전반때 보다 훨 낫다. 여러모로.
그런데,
다들 석사가 두개다.
석사 하나 따고, 취직이 안되서 다시 석사를 한 케이스다.
그것도 나랑 대단히 비슷하다.
그래, 취직할 거면 그게 낫다.
그 험난했던 과정을 거쳐 여기 지금 인터뷰를 보는 위치에 왔다.
그 친구들 만큼이나 나도 미래가 안 보인다.
20살 더 먹어서.
어차피 그들 중 한명이 될 거지만, 그래도 난 남같아 보이지 않는다.
최대한 도움 될 만한 얘기를 해줬다. 꼰대 모드.
온 길이 길 수록 갈 길이 더 잘 보이는것은 아니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은 더 잘 알게 되는 정도.
갈 길은 목적지를 보고 가는거다.
이미 몸은 이제는 일을 벌릴 때가 아니라 지킬 때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래, 안다. 알아.
그래도 갈 길은 무거운 몸을 끌고 가는거다.
감당 가능한지 아닌지도 내가 결정할 수 없다.
일찍 돌아가신 엄마 아빠 덕분에, 지금 이후부터는 나에겐 미지의 영역이다.
그냥 가자. 길을 모르는 숲을 빠져나가려면 직진하라는 말이 있듯이.
다만 깨어있자. 기도하며.
와이프가 저녁 학교 행사에 애들을 데리고 다녀왔다.
너무나 고맙다.
이럴때, 일 끝나고 지칠때 애들 학교 행사는 진정 힘들다.
기가 좍좍 빨리는 느낌. 실수하기 쉽다.
허리는 굽고 아침은 세상 무너지는 것 같더라도, 삶은 고마움으로 지탱되는것 아닐까.
올랜도 플로리다 근교에 싱글 홈을 하나 사려고 한다.
일년에 2-3주 지내고, 나머지 기간에는 숏텀 렌털, 즉 에어비엔비를 할 거다.
어제 플로리다 프로퍼티 매니저랑 통화했다.
잘 될것 같다. 큰 문제가 없다면.
그럼 플로리다 여행 일년에 두번 가량 가면 본전은 뽑을듯.
아마 30대에 이 프로젝트를 한다면 길길이 기뻐 날뛸듯 하겠다만.
지금은 뭐 그냥 덤덤하다.
이미 지금 듀플렉스 두 채에서 탈 탈 털리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그냥 호르몬일까.
난 주어진 것에 감사하라는 말을 싫어한다.
당장 필요한것 아니면 내 것이라는건 궁극적으로 없다.
내 몸까지도.
자기계발 비디오는 더 싫어한다.
욕심으로 뭐든지 채우면 더 허망하다.
주어진 길이 뭔지 찾고, 기도하고, 추구하다보면 어느새 다른 것들은 와 있다.
그것들에 안도하기 시작하는 순간 손아귀 안 모래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내 몸까지도.
아이들은 장성하면 자기 인생을 찾아 떠날 것이다.
내 재산은 사실 내 것이 아니다. 나에게 운영해보라고 주어진 것일 뿐.
잘 운영해서 우리 가족을 우리 이웃을 우리 세상을 이롭게 하면 된다.
내 돈은 세상에서 제일 열심히 일하는 돈이다.
나도 와이프도 때가 되면 세상을 뜰 것이다.
그럼 쌓아놓은 것들은 후세에 전달이 될 것이다.
현혹되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