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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매콤S
Dec 08. 2022
코로나19에 걸린 보건교사
소망은 깨지고
드디어 코로나19에 걸리고 말았다.
공식적인 코로나 종식 선언이 나올 때까지 안걸려서
주변 사람들에게 5만원씩 내놓으라고 으스대고 싶었다.
코로나 토토로 한몫 단단히 잡고 싶었던 나의 소망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지난 11월 17일
우리 학교는 2023년도 코로나 수험생 시험장을 운영했다.
7일내 확진 학생 30여명이
보건실 바로 앞 교실 4곳에서
38도, 39도를 유지하며 시험을 봤다.
열을 재달라는 아이들의 열을 재고서는
잠깐 후회했다.
이미 아프지만 본인이 39도나 되는 걸
눈으로 확인하자마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무던하게 체온계의 숫자를 보더니
약봉지를 들며, '이거 먹을까요?'하던 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었길 바라본다.
어쨌거나 그런 학생들에게 열도 재주고,
인공눈물도 주고, 약먹으라고 물도 주고 하면서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꼬박 12시간 넘게
방역복을 입고서 왔다갔다 했어도
나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내 집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두 자식 중 한 자식의 효도로
바이러스를 나눠받았다.
신비롭게도, 우리 아이는 사춘기가 심해서
자기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을 마주하기 쉽지 않은데,
퇴근 길에 '엄마 나 두줄나왔어' 하는 전화를 받자마자
몸살이 나더니만, 그날 밤 내내 끙끙 앓았다.
이거는 코로나다. 나는 코로나다.
코로나 토토는 망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밤을 보냈다.
출근해야 하는 아침이 되었고,
자가진단키트는 다행히 1줄이었다.
코로나 초기 코로나 검사는 얼른 양성을 받아서
건강한 사람들로부터 나 자신을 격리시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면,
요새의 코로나 검사는 얼른 음성을 받아서
출근도 하고 등교도 할 수 있는 당당함을 얻는다.
병원으로 가서 의사선생님의 검사를 받으면
2줄이 나올 것도 같았지만,
의사만 의료인인가,
나도 의료법에서 인정하는 의료인이다 하며
얼른 출근했다.
학교는 나를 원하고 있을 것이란 사명감도 한몫했다.
시교육청의 보건교사 확진 시 지원공문이 떠올라,
출근하자마자 공문부터 찾고,
장학사와 통화했다.
슬프게도 보건교사의 격리기간 동안 보내주는
보건강사 지원 예산은 딱 1사람분이 남아서
아직 1줄인 나에게 보내줄 수 있다는 확답을 줄 수 없다 한다.
그리고 만약 다른 학교에 강사님을 보내드리면
우리 학교는 알아서 보건실 운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강사채용 예산이 있을리가 없고,
같은 부서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보건실을 지켜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다급해졌다.
후다닥 외출을 달고
학교인근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몇 분 안되어
양성 확진을 받았다.
나는 이제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인 것이다.
진짜로 코로나 토토는 물건너 간 것이다.
나는 교감선생님보다 먼저 시교육청에 전화를 했고,
다행히 그새 확진받은 보건선생님은 아무도 없어서
그 마지막 예산을 내 몫으로 할 수 있었다.
교육청은 신통하게도 오후부터 강사님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집으로 달려가 스스로를 가둔 7일간은
평생 처음 경험한 것이며,
앞으로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사춘기의 코로나에 걸린 아들이 같이 격리 중이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에 걸린 보건교사의 자존심과 좌절,
한몫 잡으려던 희망이 날아갔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없던 기간동안 근무해주신
보건강사님에 대한 이야기다.
7일 동안 종종 선생님의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업무적인 친분은 나누었지만,
나는 선생님의 이름 석자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
다만, 나보다 나이가 많으시고,
경험도 많으신
간호사로서 나의 선배가 되시는 분이심을 안다.
격리가 끝나 익숙한 나의 업무공간으로 들어서며
책상위의 모습과 문단속, 화분에 물까지 주시고,
꼼꼼히 적어주신 메모를 보며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지금은 나없는 동안
학생들을 돌보며
수기로 작성하신 보건일지를 정리하며
두번째 뭉클하는 중이다.
그 많은 학생들을 일일이 TPR*을 하시고,
혈압도 재주시며 꼼꼼히 기록을 남기신 것이다.
병원을 떠난지 오래된 나는
좋게 말하면 업무개선이지만,
어찌보면 의료인으로서의 기본기를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아이들의 요구를 해결해서,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어서 교실로 돌려보내는 것이
유능한 보건교사일지도 모른다.
학교는 기본적으로 교육기관이며,
의료기관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정자로 써내려간
간호사 선배님의 정갈한 기록을 보며
그래, 이것이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보아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꼼꼼히 처치하고 기록하여
아픈이의 상태를 정확히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내가 떠난 뒤 연속해서 아픈이를 돌볼 사람이
마치 처음부터 이 사람을 알았던 것처럼
조금의 오류도 허락하지 않고 돌보는 것.
몇개월을 입원해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간호사의 3교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없을 수 없건만,
절대로 실수가 나오지 않던,
아니 실수가 나와도 금방 찾아내서
환자의 회복을 방해하지 않던,
지나치리만큼 철저한
우리 간호사들의 자기보고식 업무처리.
나는 새삼 중환자실 햇병아리 간호사일 때
수없이 간호사 바뀜이 있어도
환자에 대한 처치가
일관되고 일정하게 이어질까 하며
감동받았던 그 기분을 다시 느꼈다.
간호사에 대한 나의 애정과 경외심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간호사였던 내가 좋다.
간호사의 마음을 잃지 않고 있는 내가 좋다.
학교에서 일해서 좋다.
학생들에게 간호사였다고 말할 수 있어서 좋다.
* TPR-temperature, pulse rate, respiration rate의 약자, 체온, 맥박, 호흡 세가지 생명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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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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