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순조로운 줄 알았지!
"업체에서 먼저 제안 주신 건가요?", "모더레이터로 참여하신 건가요?"
워케이션을 운영해 봤다고 하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저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다. 누가 제안을 줘서 진행한 것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기획부터 운영까지 혼자 진행했다. 주최, 주관 모두 '나'다.
시작은 그저 '재미'였다.
퇴사 후 재밌는 일들을 스스로 벌여보고 싶었다. 남들이 벌여 놓은 판에서 노는 것도 좋지만, 내가 직접 판을 벌여보고 싶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뭐지?' 고민하다 떠오른 키워드는 '워케이션'이었다. 당시 나는 10번 이상 워케이션을 다녀왔었고, 이 경험을 소개하는 인스타 계정도 운영하고 있었다. 더불어 워케이션 브랜드의 펀딩 마케팅을 도왔고, 펀딩률 717%를 달성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한 달 이상이 걸렸다.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신청 안 하면 어떡하지?', 'I형 인간인 내가 네트워킹을 잘 이끌 수 있을까?'
고민은 또 다른 고민을 몰고 올 뿐, 고민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퇴사한 퇴사 메이트 S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머릿속엔 이미 내가 만들고 싶은 워케이션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지역은 ㅇㅇ이고, 내가 이미 두 번이나 다녀온 곳이야. 이 동네가 어쩌고~, 공간은 이런 공간에서 어쩌고~,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인데 어떨까?"
"오 좋은데? 그거 만들면 나도 갈래!"
퇴사 메이트의 말에 용기를 얻은 나는 곧바로 기획에 돌입했다.
모든 게 순조로운 줄 알았지!
앞서 말했듯이 워케이션을 진행하고 싶은 지역과 장소, 프로그램이 이미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핵심은 대관이다. 워케이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낮은 비용으로 대관하기 위해 협업 제안서를 작성했다.
마케터로서 회사에서 여러 번 제안서를 써봤던 경험이 빛을 발했다. '담당자의 입장에서 이런 부분은 분명 메리트로 느껴질 거야!' 막힘없이 제안서를 작성한 후, 지난 워케이션 때 알게 된 업체 담당자님께 제안서를 보냈다. 바로 미팅을 진행했고, 담당자님은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럼 해당 날짜에 예약 막아둘게요!'
대관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다음은 관문은 '참가자 모집'이다. '짠! 제가 워케이션을 진행합니다! 오세요!'라고 했을 때 신청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본격 참가자를 모집하기 전 수요조사 겸 빌드업을 시작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았고, 투표해 준 사람 중 반의반만 신청해도 마감되겠는데? 싶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게 커다란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막상 신청을 오픈하니 신청한 사람이 두 명밖에 되지 않았다. 심지어 오픈 시간을 사전 공지했는데도 말이다. 초조하고 불안했다. 이미 공간 대관을 해둔 상황이었고, 어떻게든 참여 인원을 채워야 했다. 그래서 워케이션에 관심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봤다.
"참여한다고 투표한 사람들은 많은데, 왜 신청률이 저조할까?"
지인 A "나는 공용 화장실 쓰는 게 좀 걸리네...?"
나 "응? 방마다 개별 화장실이 있는데?"
지인 A "아 진짜? 나는 가격이 너무 저렴하게 나와서 공용 화장실 쓰는 줄!"
지인 B "아직 고민 중이지 않을까요? 저도 신청할지 말지 고민 중이었어요! 올린 지 하루밖에 안 됐으니 좀 더 기다려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인 A의 말을 듣고는 '개별 화장실 있음'이라고 신청 모집 글에 넣어뒀고, 스토리로도 따로 올렸다. 지인 B의 말을 듣고는 여석을 실시간으로 공지했다. 남은 자리가 줄어드는 걸 보여주면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효과는 분명했다. 스토리를 올린 후 신청자가 빠르게 늘었다. 그리고 공지를 올린 지 이틀 만에 모집 인원이 마감됐다. 이 과정을 통해 분명하게 배운 점이 있다.
1. 과신하지 말자 (단면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여러 변수를 고려할 것)
2. 조급해하지 말자 (상황은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
3. 혼자 고민하지 말고 피드백을 받자 (이를 통해 개선 실마리를 찾았다.)
4.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자! (반영한 덕분에 살았다!)
자 이제 워케이션을 함께 떠날 사람들이 모였으니,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신청자 중에는 워케이션이 처음인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주고 싶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제대로' 운영해 보고 싶어졌다.
더 빠른 워케이션 소식은 러블리위크데이(@lovelyweekday.space)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