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도일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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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아, 오늘 네가 한 살이 되었어.
크게 차린 파티도 없었고, 특별한 케이크도 없었지만, 엄마 마음은 하루 종일 너로 가득했단다. 오히려 이런 조용한 날이 더 마음을 울리는 것 같아. 오늘은 하루 종일 네가 태어나던 날을 떠올렸어. 작고 따뜻한 네 몸, 보드라운 볼,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엄마 품에 안겨 잠들던 너. 그 조용한 숨결 하나하나가 참 경이로웠는데.
엄마는 셋째라 좀 쉬울 줄 알았거든. 이미 두 번 겪어봤으니까 이제는 더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막상 네가 태어나고 나니 더 조심스럽고 떨렸어. 형들이 네 사이를 뛰어다니고, 낮잠 자는 네 곁에 와서 엄마 엄마 불러대고, 직장 일하랴 집안일하랴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는데, 과연 너에게도 같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 그런데 넌 정말 조용히,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스며들었어. 한치의 틈도 없던 우리의 일상에 네가 들어왔는데 오히려 우리 가족의 마음이 훨씬 넓어졌어. 없는 시간도, 좁은 집도, 바닥나던 사랑도 다 너를 품을 수 있게 되었어.
도일아, 넌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 때문에 조금 예민했어. 피부가 약해서 가렵고, 밤마다 깨고, 자주 울곤 했어. 엄마는 그저 네 옆에 누워서 등을 토닥이고, 부드럽게 불러주고, 속으로는 계속 기도했어. 괜찮아지길, 편안해지길. 엄마가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그런데 그 힘든 밤들 속에서도, 가끔 네가 엄마를 올려다보며 웃을 때가 있었어. 그 조그만 웃음 하나에 엄마는 눈물이 나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어. 그런 순간들이 엄마를 버티게 한듯해.
오늘도 마찬가지였어. 이든이 형아 친구들이 집에 와서 온 집안이 시끌벅적했는데, 넌 조용히 구경하더라. 울지도 않고, 떼쓰지도 않고, 그냥 사람들을 찬찬히 바라봤어. 가끔 엄마 쪽으로 기어와서 팔을 뻗고, 눈이 마주치면 빙긋 웃어주고. 그 짧은 순간들이 엄마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줬어. 넌 정말 묘한 힘이 있어. 조용한데, 사람 마음을 꽉 채우는 그런 힘.
이 지난 1년 동안, 네가 자라온 걸 곁에서 지켜보는 건 정말 큰 기쁨이었어. 처음으로 미소 지었던 날, 처음 웃음소리가 터졌던 날, 뒤집기 성공하고 스스로도 놀랐던 표정, 이유식 먹고 인상을 찌푸린 얼굴, 형들 목소리에 반응하던 그 반짝이는 눈빛. 너의 하루하루는 작지만 특별했어. 그리고 그 순간들을 함께한 엄마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야.
셋째 아이는 조금 다르게 자라는 거 같아. 엄마 품을 독차지하는 시간도 적고, 처음부터 늘 뭔가를 나누며 자라니까. 하지만 그래서일까, 엄마는 너랑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 예전보다 덜 걱정하게 되고, 대신 더 바라보게 돼. 덜 완벽하려 애쓰고, 그 시간 자체를 그냥 온전히 느끼게 되는 거야.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은 엄마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더라.
아마 넌 이 시절을 기억 못 하겠지. 그래도 괜찮아. 엄마는 너를 대신해 충분히 기억할 거니까. 네가 엄마 품에 안겨 잠들던 무게, 목욕하고 난 뒤 네 머리카락에서 나는 그 따뜻한 우유 냄새, 조그만 손으로 엄마 손가락을 꼭 잡던 그 감촉. 아무 말도 없지만, 엄마는 너한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매일 느꼈어.
도일아, 넌 우리 가족에게 정말 큰 선물이야. 형들도 너 덕분에 한결 부드러워졌고, 아빠와 엄마는 너를 통해 다시 다정해졌어. 너는 우리 집에 하나 더 생긴 심장 같아. 조용히, 하지만 힘차게 뛰고 있는.
그리고 엄마는 너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 지금처럼 꼭 조용하고 착한 아이로 살아갈 필요는 없어. 울고, 떼쓰고, 속상해해도 괜찮아. 너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엄마도 아빠도 그런 너를 지켜보고, 사랑해줄 준비가 되어 있어.
앞으로도 매년 네 생일을 함께하고 싶어. 다섯 살 땐 어떤 케이크를 고를지, 아홉 살, 열여섯 살 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우리가 함께 불을 끄고, 소원을 빌고, 꼭 껴안으며 축하하는 그 순간들을 오래도록 나누고 싶어.
그래서 오늘, 너의 첫 번째 생일에 엄마는 이렇게 말할게.
고마워. 우리에게 와줘서 고맙고, 네가 보여준 부드러움과 강인함, 따뜻함 모두 고마워. 엄마를 다시 엄마답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이번엔 조금 더 천천히, 더 깊이 살아가게 해줘서.
생일 축하해, 도일아.
너는 너의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 모두의 삶을 더 따뜻하게 해줬어. 사랑해.
언제나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