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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Oct 24. 2020

거부할 수 없는 힘, 커피와 브런치

브런치의 알람을 다시 켰다

조용한 곳에 왔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카페. 그 동안 속시끄러웠던 나의 낱낱을 허물벗는 꺼내어 보는 시간. 걷다가 생각하고 생각하다 또 걷는다. 10월의 어느 가을처럼 나는 지금 여기 서 있고 앉아있다. 진즉 적어보았을 것을, 진즉 꺼내보았을 이야기들을 지금 이곳에 풀어내본다. 기대와 실망, 그 오락가락 시끄러운 시소틀 사이에서 내 마음은 엉망이 되었고 누구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낼 수 조차 없었다. 줄다리기 하듯 아슬아슬한 일상 속에서 먹구름처럼 내 마음을 오고갔다. 모든 것이.


하루가 흐르고 일주일이 흐르고 이제는 나로 바로 서야할 때가 온 것을 안다. 바람에 살포시 흔들리는 잎사귀처럼 나 역시 파르르 떨었다. 무엇인지 모를 불안감으로. 내 곁에는 가족이 있고, 아이들이 있고 나를 생각해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나를 배웅하고, 나를 마중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잔잔한 일상을 살아왔고, 지금도 겉으로 보기엔 잔잔해보이지만 꼭 그렇게 평온하지만은 않았던 나날이었다. 내 마음이 그랬고 내 기분이 그랬다.

끊어야지 하면서 다시 찾은 아이스 카페라떼. 그리고 오늘은 그 곁에 앙증맞은 모찌가 자리했다. 어느순간 한입에 쏙쏙 털어넣으니 금새 바닥을 냈다. 이조그마한 앙증맞은 모찌 너란 녀석. 참 맛이 있다. 라떼도 그렇듯이 둘이 어쩜 그렇게 궁합이 잘 맞는 지 모른다. 참치와 밥을 우걱우걱 입에 털어넣고 중간에 짬을 내 들린 카페에서 운 좋게도 맛있는 라떼와 모찌를 마주한다. 

집에서 타마시는 커피도 나름의 장점이 있고 좋지만, 역시 카페에서 주문해서 먹는 차갑고 시원한 아이스라떼만 못하다. 늘 그립고, 차가워지는 날씨에도 또 좋다. 그리고 나는 브런치로 돌아왔다. 나의 애증의 공간이자 나의 속풀이 공간. 그리고 그곳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있고, 글이 있다. 생각하면 글이 되고 글을 쓰다보면 또 생각이 난다. 생각의 미묘한 기운들. 생각을 안해서 그렇지, 생각을 하면 할수록 기억이 떠오르고 나의 예전 추억이 또 생각난다. 그렇게 쓰다보면 또글이 되고 나와 만남을 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브런치의 알람을 켰다. 개인적인 일로 브런치를 망설였다. 어느덧 나도모르게 오픈된 공간이 되고, 내속내를 들추어내게 되는 이곳을 어떻게 해야하나, 떠나야 하나 많이도 망설였다. 그저 알람을 꺼두었다. 안보게되면 그만인 것을. 그저 내글은 있는그대로 두고 잠시 브런치를 떠나있었다. 매일 들여다보던 글들을 쉬게 되었고 나의 글도 쉬었다. 나의 해소의 창이었던 브런치, 어느 누군가에는 내 한 줄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적어내려갔던 나의 글들. 그 글들을 잠시 멈추었고 나는 쉬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이 지나면 또 다시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두드렸고 다시 일어섰다. 브런치의 알람을 켜면서 말이다.


어떤부분은 두려울때가 있었다. 내맘같지 않을때가 있다. 어찌 순탄할까. 롤러코스터 같은 일상의 리듬 속에, 어느 날은 비포장도로를 덜거덕거리며 달리는 자동차처럼 내 마음도 덜거덕 거렸다. 그 자체가 인생인 것을. 의도치 않은 이벤트가 생기고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전개가 되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생각한다. 나는 더 살아봐야 하고 꼬부랑길도 걸어가보고 비포장도로도 더 걸어가봐야 하기에. 

모찌를 샀다. 선물하고픈 사람을 생각하면서. 블루베리를 좋아하는 아이를 생각하면서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블루베리 모찌도 샀다. 모찌는 참 맛있었다. 어느 새로운 공간에서 좋은 풍경을 마주했다. 친절한 사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참 맛난 모찌와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나는 이 곳에서 브런치를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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