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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Oct 24. 2020

다시 쓰고, 또 쓰고

엄마, 다시 쓰다

조용한 찻집. 쌀쌀해진 가을 날씨. 으슬으슬 떨리는 마음과 몸을 녹인다. 내 앞에는 자몽차 한 잔과 식빵 하나가 놓여져 있다. 며칠전부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주저 앉았던 나인데 나는 다시 일어나기로 마음 먹었고 다시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토닥토닥 투닥투닥 이렇게 ㄱ,ㅌ,ㄷ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많은 걸 경험한 후에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저 편한 직장에서 하루하루를 마냥 똑같이 보낸다면 특별할 것도 없는 나날일 것이다. 어쩌면 다른 세계를 알지 못하고 내 주어진 환경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매일 똑같은 것을 보고, 별일 없는 나날을 지내겠지. 한 때는 우물안 개구리가 싫어. 외치면서 가장 편안한 나의 첫 직장을 뛰쳐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나의 첫 직장과 익숙한 사람들, 상사,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어우러져 지내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 길 또한 가보지 않았으니까. 

한 때는 내가 내 발로 뛰쳐나온 그 곳이 재개발되고 집 값이 오르는걸 멍하니 보면서 굉장히 억수로 마음아파한 적도 있다. 지나고보면 별일 아니고 지금의 환경 또한 꽤나 좋아져서 내 집이 생겼으니까. 이리도 가보고 저리도 가보고 하면서 내 길을 닦아가는 것이 인생 아닐까. 오늘은 자몽차를 먹을 지, 쌍화차를 먹을 지 고르는 과정에서도 늘 선택의 방향을 두어야 하고 나는 주사위 굴리듯 또 다양한 선택을 한다. 맛이 없네, 맛이 있네, 이 직장이 좋네, 저 직장이 좋네. 참 많이도 다녀봤고 참 많이도 먹어봤다. 매번 똑같은 것을 입에 대기도 하고 어느 날은 새로운 것을 입에 대기도 한다. 


쓰고 읽고 보고. 마스크를 쓰고 하루를 보내고 바삐 하루를 보내고 또 바삐 움직여 집으로 돌아온다. 한가로운 나날을 찾아서 영영 헤매는건 아닌지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불현듯 어느날 꾹꾹 눌러담아 왔던 나의 외침을 들었다. 나 행복하지가 않아! 지금. 바로 지금 내 마음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눈치채던 어느 날. 그 날은 문득, 별안간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나를 잡아 끌었다. 너 지금 행복하지 않잖아. 왜 행복한 척 해? 왜 아무렇지 않은 척 해? 왜 꾹꾹 눌러담고만 있어? 네 속마음이 뭔데?


그래서 행복해지기로 했다. 그리고 여유로워지기로 했다. 그리고 한가로운 엄마냥으로 살기로 했다. 나는 글도 쓰고 짬짬이 책도 보고 그리고 내 주어진 일을 하고, 내 마음의 결정이 있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것 같다. 내 마음을 알면서도 짐짓 모른체했고 나만 참으면 돼. 했다. 근데 내 마음이 참아지지가 않더라. 시간이 흐르니 더욱 그랬다. 글을 통해 나를 보고 글을 적어 나를 읽어나갔었는데. 한동안 내마음이 달래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두었다. 토닥토닥 해주고 가끔 좋아하는 아이스라떼나 달콤한 것들을 먹여가며 내 마음을 가끔 달래었다. 아구 아구. 그랬어~ 하면서. 그리고 내 결정이 오기까지 많은 생각도 했고 나와 많이 이야기를 나눈 듯하다. 책을 통해서도 그랬고, 아이들과 함께하면서도 그랬다. 너무나 바삐 움직이던 날들이 있었다. 스톱 스톱을 외치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중대한 결정은 어느 순간 찾아오지만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것들이었다. 

내 시간을 갖기. 내 시간을 찾기. 그리고 내 몸을 돌보기. 피폐해질 듯 부풀어오른 내 마음 돌보기. 그런 것들 말이다. 나의 리듬을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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