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에 오래된 서랍장이 있었다. 족히 30~40년은 되었을 법한 서랍장. 부피도 굉장히 커서 옮기기도 어려운 물건이었다. 15년전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올 때 함께 이사를 왔다. 매일 여닫는 서랍장은 이제 닳고 닳았다. 가루가 두두둑 떨어지기도 했다. 아, 치우고 싶다. 매번 올때마다 생각했다. 또 다른 방에는 소파의 사이드측면이 떡하니 방의 반이상이나 차지하고 있었다. 원래 소파의 본체와 함께 결합시켜 사용하는 부분이지만 5년전 부터 침대 하나를 거실에 두고 엄마가 휴식하기도 하고 잠을 청하면서 작은방으로 옮긴 것이다. 보기에도 좋지않은 온갖 짐들로 산을 이룬 소파부분과 그 위의 짐들.
이렇게 정리가 시작되었다. 정리와 비우기는 함께 간다. 그런데 집안 큰 가구가 방을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다면 그걸 먼저 드러내야 한다. 빼주어야 빈공간이 생기고 생기와 여유가 들어온다. 빼기와 덧셈이 정리에도 적용된다.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서랍장도 빼도 돼?"
이미 가구수거하는 업체에게 연락한 후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특히 서랍장은 이참에 치우고 빈공간이 생겼으면 했다. 아빠와 남동생도 서랍장을 버리고 싶어했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결심했다. 서랍장 안의 모든 짐을 배고, 서랍장을 치우기로. 수거하는 분이 오기까지 30여 분이 남았다.
큰 비닐봉지를 가지고 와서 켜켜이 쌓여있던 짐들을 모두 꺼냈다. 아래쪽 부터, 위쪽 까지 켜켜이 쌓여있던 양말, 수건, 옷, 그외 각종 고지서들까지도 모두 뱉어내었다. 여닫기가 힘든 서랍은 사용하기에도 꽤 불편했을 거다. 서랍장 위에 자리했던 무거운 프린터기와 보지않는 몇 권의 책들, 화장품들까지 박스에 정리했다.
수거하는 분이 두 명이 방문했다. 젊으신 분들이었고, 처음 연락한 것보다 짐이 점점 늘어났다. 쇼파옆면, 큰 서랍장, 쓰지않는 이상한 쌀통, 운동기구들, 고장난 전기장판, 길을 떡하니 막고 있던 의자까지 모두 꺼내어 갔다.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도자기그릇들도 박스에 담아둔 채 그대로 꺼내두었다. 하나의 큰 가구가 빠지니 그 자리에 큰 여백공간이 생겼다. 짐을 덜어내니 햇살이 더 들어오는 느낌도 들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짐이 차지하고 있었다. 짐이 빠지니 사람이 들어갈 공간이 생겼다. 수거하시는 분이 엘리베이터를 두차례 오며갔고 처음 견적받은 것보다 조금더 지불했다.
예전 엄마를 생각하며 선물해드린 족욕기도 수거대상이었다. 전혀아깝지 않았다. 처음 사드렸을 때 마음껏 사용했고 지금은 사용하지않아 소파와 함께 구석에 박혀있던 녀석이었다.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면 정리하는 게 맞다. 또다른 누군가에게 갈수도 있고 필요한 곳에 잘 쓰일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지금' '이순간'을 생각한다면 답이 쉽게 나올 것이다. 지금 사용하지 않고 지금 입지 않는데, 몇 개월 뒤에 1년 뒤에 사용할까? 그렇지 않을거다. 먹는 것도 그렇다. 냉동실에 매번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면서 차곡차곡 봉다리째 넣어두었던 수많은 음식물 재료들이 쓰레기처분되었다. 엄마집에는 특히 더했는데, 최근 냉장고가 고장나면서 새 냉장고를 산 것이다. 새로운 냉장고는 자리가 남았고 하얀 빈 공간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이전에는 냉동실에 먹지않는 떡, 옥수수, 얼음, 아이스팩들이 한데 얽히고 설켜서 문을 여닫을 때 우당당탕 안에 있던 물건들이 한두개씩 떨어지곤 했다.
자녀가 독립하면 짐도 빼야한다
부모님 집에서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제일 먼저 독립했고 남동생이 가장 늦게 독립했다. 남동생이 공부하던 시절 사용한 필기류와 옷들은 작은방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작은 노트북 등 언제 가져갈지 모르는 전자제품들도 함께 정리해두었다. 자녀가 하나, 둘 독립하고 결혼하면서 자녀의 짐도 하나 둘 비워진다. 부모님 두 분이서 알콩달콩 지내시는 요즘모습이 보기가 좋다. 사용하지 않는 짐을 정리해드리면서 좀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다. 앨범과 추억이 담긴 물건들은 종이박스 1~2개에 정리해드리고 각자 필요한 것들은 취사선택해서 가져갈 수 있게 정리한다.
부모님에게 인테리어를 선물하세요
집에 적응하면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 앞에 지저분한 채로 널브러져 있는 발매트를 치워버렸다. 짐 정리하면서 버렸다. 대신 규조토 발매트를 주문했다. 편안히 화장실을 다닐 수 있게 어머니를 배려한 것이다. 서랍장에 한가득했던 각종 양말, 수건 들과 짐 정리하면서 쏟아져 나온 여기저기의 다양한 가방을 정리해야 했다. 리빙박스를 여러개 주문했다. 대형사이즈 별로 구분해서 정리해두면 집안일에 손을 잠시 놓았던 엄마의 생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족이 늘어나고 내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의 짐이 늘어나게 된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필요한 생필품은 매일매일 늘어나고 먹을 것도 사다놓는 족족 또 채워넣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과 먹을것을 준비하기 위해 사다두고 아이용품도 시기에 맞게 구입하다보니 짐이 늘어나게 된다.
육아를 하면서 나도 짐은 최소화하자 주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살림에 요리에 크게 소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이를 돌보며 가끔 쌓이는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면 그게 내 안으로 정체되곤 했다. 우울감에 젖어있는 날도 있어서 그런 다양한 영향이 집안정리 살림살이에도 영향이 가게 되었다.
그리고 간식을 채워드렸다
아빠는 과자를 좋아한다. 전병 등 옛날과자를 택배로 보내었다. 검은콩두유도 함께 보내드렸다(요즘은 루테인 함유 두유, 아몬드두유 종류도 다양하다). 샤인머스캣은 비싼 과일이다. 우리도 한번 먹어봤는데, 싱싱한 샤인은 말그대로 입안에도 톡톡 터졌다. 내가 어릴 때 그 시절 귀한 과일인 바나나, 파인애플을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도 우리에게 정성으로 비싼 과일을 한번씩 사다주셨을 것이다. 나도 부모님에게 샤인 머스켓의 맛을 보여드리고 싶다.
필요없다고 말한다고 해서 정말 필요없는 건 아니다. 간식이 그렇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집에 있으면서 주말을 보내면서 입이 심심할 때가 많다. 빵이나 떡, 만두 등은 그때그때 요긴한 식량으로 자주 사먹게 된다. 부모님도 두분이서 지내시면서 입이 심심할 때가 있다.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옛날과자나 칼슘이 함유된 두유, 또는 오래두고 먹을 수있는 먹거리들로 간식거리를 채워드리니 참 좋아하신다.
"엄마, 뭐 필요해? 먹고 싶은거 있어요?"
일하면서 엄마생각이 나고 아빠생각이 난다. 손주들 생각하는 부모님 생각이 난다. 그럴 때 전화를 해서 물어본다. 기왕이면 필요한건 사다드리고, 요즘처럼 방문이 어려운 시기에는 간식택배를 보내주는 것이 부모님을 위한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며칠 전 방송에서도 지금의 내 마음과 같은 말을 했다. 필요없다고 정말 필요없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구매나 바깥을 잘 못나가시는 부모님을 위해 간식을 정기적으로 보내드리는 것, 잘 받았느냐고 안부전화를 드리는 것만으로도 부모님을 위한 마음이고 정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 마음을 한번더 확인받는것 같아서 반가웠다. 실제로 좋아하는 간식을 보내드리니 참 잘 드시는 모습에 많이 뿌듯했다.
엄마, 아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 간식 또 보내드릴게요. 사랑해요!!
p.s.가구수거 방법 팁
1.검색창에 가구수거업체를 검색한다. 예: 대구 가구수거
2. 블로그에 가구수거 내용을 확인하고 2~3군데 업체연락처를 캡처해둔다.
3.버리고 처분할 가구와 잡동사니 대략을 파악해 적어둔다
4.방문1~2일 전(당일방문 원할시 아침일찍) 문자를 보낸다. 마음에 드는곳 한두군데를 골라 수거대상물건을 적고 필요하면 사진도 보낸다.
5. 빨리 연락오는곳이나 예상견적이 맘에들면 방문약속시간을 잡고 집주소를 알려준다. 단, 견적비용은 방문해서 수거품목에 따라 변경될수있다.
6. 잡동사니는 가능한 한군데모아두고 서랍장이나 책장등 안에있는 물건은 모조리꺼낸다. 그릇류는 박스완에 켜켜이보관해둔다.
7. 방문오면 가구위치와 수거대상인 잡동사니 를 알려준다. 수거전 예상견적비용을 제시하는데, 짐이라는게 하나둘 치우다보면 늘어나기마련이다. 수거품목이 예상보다 훨씬 많아지면 비용이 추가될수 있다.
8. 가구와 물건을 하나둘 모두 수거해가면 속시원히 비워지는 방안 구석구석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9. 모든짐이 빠지면 수거가종료된다. 방문한 기사님들에게 성의의미로 음료수를 건네고 가능한 현금으로 준비해 비용을 지불한다.(계좌이체도 가능)
10. 큰짐들이 빠진자리에 가득쌓인 먼지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청소한다.
수거비용은 지역마다 품목,업체마다 차이가 날수있다. 내경우 경기도권은 20~30정도, 친정집 지방에선 10~15정도 비용이 나왔다.
방문다니는 분들에게는 바로 마셔야 하는 컵보다는 음료병을 건네는것이 좋다. 방문다니다보면 화장실 갈 시간이 부족하거나 장소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짐을 다치우고 엄마가 말했다.
"50만원 정도 나올줄 알았어."
엄마에게는 그큰짐덩어리가 마음의 짐이었을거다. 1년 2년 몇년간 보기싫고 치우고싶었지만 방법을 모르고 큰일처럼 생각되었을거다. 길을막고 방한쪽을 가득채웠던 짐들은 눈엣가시였다. 큰짐이 빠지니 엄마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엄마의 공간이 생겼다. 예쁘고 단정한 엄마공간에서 휴식을하고 핸드폰을 하고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