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섬주섬. 엄마가 남긴 반찬을 먹고 있었다. 어릴 때 즐겨보던 모습 중 하나이다. 우리들의 저녁식사가 끝나고 엄마는 늘 남은반찬을 주섬주섬 먹고 있었다. 반찬이 남으면 아깝잖아~ 엄마는 말했고, 우리는 엄마 그만 먹어 저녁에 먹으면 살쩌. 그러니까 살이 찌지. 농담반 진담반으로 엄마에게 말했던 것 같다.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다. 남은반찬이 얼마나 아까운 지. 특히 갓난아기가 이빨이 나고 자라 이유식을 만들 무렵이 되면, 각종 도구아이템을 살펴보고 구입하기에 이른다. 갓난아기의 입속은 신비함 그 자체였고, 모유를 물리고 분유를 먹이고 쌀을 갈아서 만든 쌀미음을 만들던 순간을 엄마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첫 쌀미음을 먹던 날, 아이가 잘 먹을까? 잘 받아먹을까? 조그만 숟가락에 물처럼 희끈한 미음을 담아서 아이의 입에 건네었을때 생각보다 잘 받아먹었을때 그때의 기분은 행복이었다. 우와! 먹는구나. 태어나 처음으로 맞이한 쌀이라는 이유식은 나에게 감탄이었고 위안이었다.
믹서기에 아주갈게 드르륵 드르륵 갈아서 냄비에 물과 함께 넣어 휘이휘이 저어주고 끓이면 쌀미음이 된다. 아이전용 식기에 조금만 담아서 후후 불어서 아이의 입속에 넣어준다. 아이는 첫 밥을 음미했고 한숟갈 두숟갈 받아먹었다. 이유식을 만들기위해 책을 보고 휴대폰으로 검색을 한다. 아이를 위한 전용 밥그릇과 믹서기, 이유식전용 냄비, 이유식을 담을 그릇, 이유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검색하고 구입한다. 종류도 너무 많아서 선택의 장애도 오지만, 아이를 위한 것이기에 조금 비싸지만 좋은것으로 선택하고 싶은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이유식을 만들고, 쌀미음으로 시작했던 이유식은 애호박, 양배추, 고구마 등의 각종 야채들이 추가되면서 아이에게 새로운 맛의 세계로 이끈다. 생전 먹어보질 않았던 브로콜리도 아이의 이유식을 위해 사게 되는데, 아주 소량 조금만 필요하다보니 나머지는 데쳐서 초장을 찍어먹거나 다음 이유식을 위해 일정부분을 남겨두기도 한다. 아이의 입에 들어가는 것이라 시럽도 메이플 시럽등으로 준비하고(일반 시럽보다 당연히 비싸다) 재료도 일반적인것보다 '유기농'으로 선택하게 된다.
이유식은 정성이고 사랑이었다.
아이의 첫입에 들어가는 이유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에게 건네던 그 마음으로 반찬을 만들고 요리를 이어간다. 아이가 커가면서 다양한 반찬을 만들기위해 요리법을 찾아보고 맵지 않은 간장 위주의 반찬을 주로 만들게 된다. 사탕이나 비타민도 돌 전에는 절대 안돼~ 했던 것이 둘째 아이에게는 첫째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사탕, 젤리등 달콤한 신세계로 참 빨리도 빠져들었다. 달콤한 맛을 접하고 제대로 맛있는 자장면의 맛을 접한다. 두 돌이 지나고 세돌이 지나간다.
내가 하기 힘든 반찬들이 있다. 검은콩조림, 나물류는 하게되어도 안먹고 썩히게되거나 결국은 버리게 되기때문에 사더라도 소량만 구매한다. 반찬가게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콩조림, 장조림, 꼬꼬밥(닭고기로 만든 볶음밥) 등을 산다. 반찬의 양은 많지 않다. 예전 아이가 어릴때 사용하던 이유식 보관용기에 조그만 양의 반찬들을 넣어둔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둘째의 오늘의 입맛은 어떨까? 두칸짜리 식판에 검은콩조림, 꼬꼬밥을 쓱쓱 비비 준비해둔다. 집에 오는길에 뽀로로주스로 허기를 채운 덕분인지 밥을 보고서 별 감흥이 없다.
주말의 어느날은 항시 비치해두는 주먹밥용 재료로 밥을 손바닥으로 꼭꼭 움켜쥐고 조그만 주먹법을 만들어주니 배가 고팠던 탓인지 다 먹었다. 며칠전에도 혹시 먹을까싶어 만들어주었더니 이 날은 그날이 아니었나보다. 배가 고프지 않았고, 우유로 배를 채웠다. 또 어느날은 국수를 조금 삶아 육수대신 밀키트로 판매하는 소고기미역국의 뜨근한 육수에 담궈주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맛있다고 음음~ 하며 먹는것이 아닌가?
매일이 같을순 없다. 배가 정말 고픈날은 냠냠 하며 잘도 먹고 또 어느날은 이미 배가 다른 것들로 채워져 밥이나 국수를 남긴적도 많다. 아예손을 안 댄적도 많다. 두칸짜리 식판에 평소 잘 먹었던 메추리알 2~3개를 동동 담아 준적이 있는데, 아예 손을 대지않고 그대로 남아버렸다. 안사기도 사기도 애매한 메추리알 장조림.
퇴근하고 식사를 이미 마친 남편이 아이 식판에 남겨진 메추리알을 보고 이쑤시개로 콕콕찍어서 먹었다. 남기면 아깝잖아~ 과일이든, 반찬이든, 아이가 먹다남은 반쪽짜리 핫도그든, 남편은 식탁위에 남겨진 음식을 대부분 먹는다. 처리한다고 해야하는 것이 맞을까? 먹어치운다. 음식쓰레기봉투에 들어갈 때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장조림은 보통 3~4일 이내로 먹는게 제일 좋은데,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장조림을 '일부러' 아껴두고 안먹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먹으니까, 아이들이 먹을까봐, 내가 먹어버리면 아이들이 찾을까봐!
나 역시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이 남으면 아깝고, 뜨근할때 먹어야 제맛인 음식이 식으면 또 아쉽다. 어느날은 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먹는다고 표현할때 속으로 '오예, 그럼 내가 먹어야지~'하며 좋아한적도 많았다. 딸기를 씻으면서 싱싱하고 상태좋은건 아이를 주고, 옆에 희끄무리하게 상해가거나 물렁해진것을 칼로 대충 도려내 내 입속에 집어넣고는 했다. 비싼 딸기인데. 버리면 아깝잖아.
어릴적 내 어머니가 남은 반찬을 먹어'치우고' 있을때가 생각이 난다. 식구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은 '정성'이었다.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먹음직스런 식사는 사랑이고 정성이었다. 그래서 그런거다. 그래서 버리기 아깝고 남아서 식었지만 먹었던 것이다. 이유식을 만들던 마음,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음식을 준비하던 마음이 식탁위 반찬속에 녹아있다. 내 아이가 먹다 남긴 반찬은 정성으로 준비한 반찬이었다.(가끔 구입하기도) 아이들이 성장하고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것을 기쁘게 바라보았다. 이제는 나와 남편을 위해 싱싱하고 좋은것을 미리 빼두려고 한다. 나와 남편도 맛있는 걸 먹고 싶고 먹는 걸 좋아하니까. 아이가 반찬을 남기더라도 다 먹어치우지 않고 '적당히' 먹고 싶은것만 먹고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