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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r 26. 2021

브런치의 떨림은 설렘이다

브런치가 선물해준 세가지

우연히 정말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아마 작년 무렵이었을 거다. 평소 sns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텔레비젼도 보지 않는 나이기에 내가 알아서 소통의 창구를 파고드는건 쉽지 않았다. 그런데 핸드폰을 보다가 '브런치'라는 글자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와 브런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처음 브런치를 알고 작가등록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제안서처럼 책의 대략적인 내용과 구도를 브런치팀에 보내고 몇 일을 기다렸던 것 같다. 브런치팀에서 작가등록이 되었다는 알림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렇게 브런치에 나만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진도 잘 찍을줄 모른다. 브런치의 이목을 끄는건 사진도 한 몫한다. 먹음직스런 사진, 작가님들의 일상 속 경치사진, 멋스런 사진작가님들 사진, 그 중에 나의 사진도 있었다. 멋스런 사진은 아니었지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기에 사진은 훌륭한 도구였다. 이미 찍어둔 사진을 보면 그 날의 일상이, 순간의 느낌이 기억날 때가 있다. 지나간 추억이지만 훗날 기억이라는 연결고리가 그날의 기억을 끄집어 올린다. 


브런치는 나에게 성실함을 선물해주었다

브런치의 단순한 구도가 좋다. 펼치면 하얀 여백이 나는 좋다. 나의 브런치에는 나의 일상이야기가 녹아있다. 일을 하면서 일에관한 이야기도 적고 아이를 돌보며 육아와 관련한 이야기를 적기도 했다. 카페에 앉아있을때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며 나에 대해 글을 적기도 했다. 남편과 싸우거나 고민이 깊어지는 날에 글을 적으면서 나의 감정을 해소하기도 했다. 브런치는 끈끈함이다. 끈끈하게 나와 브런치는 연결되어 있었다.

매일의 꾸준한 기록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브런치가 생각난다. 일주일에 한두번 적기도 하고, 몇주가 지나가도록 브런치를 열지않은적도 있었다. 오픈하는 공간이자 내 비밀의 공간인 브런치는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브런치는 나에게 괜찮아, 쉬었다가 와도 돼. 휴식을 선물해주었다.

어떤 일을 시작할때 열정과 즐거움으로 시작한다. 브런치도 그랬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의 글이 공감을 받고 또 누군가 나의 글에 댓글을 올리기도 한다. 숨고싶은 순간도 있다. 바쁜 일상 중 나만 멍하니 멍때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런 시기가 제법 오래 갈때도 있다. 하루가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가까이 되어간다. 브런치의 지잉~지잉 울리는 알람도 꺼두기도 한지 한달. 그렇게 다시 브런치로 돌아왔다. 브런치는 친정과 같은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올라가다가 힘들면 다시 내려와서 쉬어가라고 말해준다. 흰색의 여백은 언제나 나의 속삭임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듯하다. 하얀 여백의 브런치는 핸드폰 어플의 한켠에서 기다려주었다. 마음이 충전이 되면 브런치를 열고 파란색 점이 찍힌 알람들도 확인을 한다. 


브런치는 나에게 구독자를 선물해주었다.

구독자는 선물이다. 브런치가 생소하던 시절, 한분 한분의 구독자는 나에게 소중하게 다가왔다. 글과 글이 연결되듯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브런치는 나를 연결해주었다. 브런치와 연결된 나의 글은 또 다른 글과 연결되고, 또 다른 구독자와 연결이 된다. 브런치의 공간은 자유롭다. 내가 보고싶은 글을 찾아서 보면 되고, 새로운 글을 접하기도 한다. 맛깔스런 글들을 보기도 하고 내인생에 조언이 필요한 글들도 보게된다. 그리고 나도 구독을 누른다. 글을 쓰지않는 시간에는 글을 만든다. 일상을 스케치하고 글을 마련하는 시간에 구독자는 나에게 큰힘이 된다. 에너지이고 활력소가 된다. 아마 모든 작가가 그럴것같다. 내글을 기다리는 구독자가 있다는건 행운이고 신기한경험이다. 유독 나의글만을 기다리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클릭하고 읽는 수고로움을 생각한다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한층 한층 쌓여지는 지층처럼, 한분한분 늘어나는 구독자 덕분에 점점 단단해지는 내가 되기를, 브런치가 되기를 바래본다.


브런치의 떨림은 설렘이다.

어제도 오늘도 브런치의 알림은 지잉 지잉 떨린다. 두번 울리는 브런치의 떨림은 나를 설레게한다. 일을 하다가도 지잉 지잉, 아이를 돌보다가 지잉 지잉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주었구나. 누군가 나의 글에 공감해주었구나. 브런치구나! 내가 잠자는 동안에도 내가 쉬어가는 시간에도 잠시 브런치알람을 꺼둔 시기에도 브런치는 조용히 혼자서 울린다. 브런치의 떨림은 나에게 설렘이고 느낌표이고 깨달음이다. 일상의 잔잔한 호수위에 촉촉히 내려앉은 단비같은 존재다. 글이 떠올르지 않을 때, 무기력한 내모습을 발견할 때도 묵묵히 내곁에서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는 떨림이 있어 지금 나는 브런치에서 100번째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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