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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30. 2021
글 쓰는 시간만큼 안쓰는 시간도 중요합니다
군데군데 책
오늘은 글을 쓰지않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려고 해요. 글쓰는 시간만큼 글 안쓰는 시간도 중요한걸 아시나요? 우리는 매일 매순간 매초 무언가를 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거실을 치우고 먼지를 닦고 아이들 가방을 준비하고 남편을 배웅하고.. 등 흐르는 시간을 따라 우리의 몸도 마음도 움직입니다.
글이란 녀석도 그래요 가만있지를 않아요. 설거지 하다가 문득, 화장을 하다가 문득, 아이들과 함께 있다가 문득, 카페에 앉아 멍때리다가 문득, 운동하다가 문득, 생각이 떠오릅니다. 생각은 굉장히 날아가기 쉬운 휘발유와 같아서 지금 잡아두지 않으면 휘리릭 소중한 생각이 달아나고 말아요. 어쩌면 이순간 소중한 아이디어나 신기한 생각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글 쓰지않는 시간에 글을 생각합니다.
글을 쓰지않는 시간은 글을 만드는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키보드로 타자를 두드리지 않지만, 연필로 끄적끄적 노트에 필기하지 않지만 우리는 글을 생각하고 글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것들, 맡아보는 것들, 귀로 듣는 것들 모든 것이 영감이고 우리의 경험이 됩니다. 같은 경험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센서가 달라서 감정에 크게 와닿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럴때 이런 감정을 기억해두었다가 글로 적으시면 됩니다.
속상한데. 화가나는데. 아!기쁘다. 신기한 경험을 했어.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사소한 것에도 행복감을 느끼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어요. 화가나요. 저도 하루에도 여러번, 수십번 감정이 소용돌이 칠때가 있어요. 하지만 내 기분은 내가 선택할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입니다. 그렇다고 내 감정을 속이자는 의미는 아니에요. 내감정에 충실하되 화가 머리끝까지 나지만, 혹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지만 지금 기분은 내가 선택할 수 있잖아요. 조금 지나서 상대방에 조근대며 다시 물어볼수 있고, 해결방안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내 감정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해요. 내가 나를 보듯, 나는 어떠니? 기분이 어때? 라고 물어보는 거에요. 너무 울적한 날은 잠시 쉬어도 되고, 무언가 몰랑몰랑한 느낌좋은 기분이면 글도 몰랑몰랑하게 잘 써질수도 있어요. 어떤 주제가 되었든, 어떤 일상의 이야기가 되었든 '당신이 봐주면 좋겠어요' 라는 마음으로 글을 한글자 적어나가보는 거에요.
글을 쓰면서 오롯이 나를 생각하고 감정에 흠뻑 빠질때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여러번 울었던 것 같아요. 글이 근질거리면 마음을 쏟아내어 글로 풀어내는 연습을 하시면 좋아요. 글을 쓰게 되는 그 상황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고 다시 생각하기 싫었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면서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는 분도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억지로 쓰려고는 하지마세요. 한문장도 쓰기 어려워요. 한단어도 생각이 안날때가 있어요. 제목만 적어놓고 무엇을 적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럴때는 그냥 적지 마세요. 다음기회를 기다리고 자연스럽게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다시 도전해보는 거에요. 그리고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군데군데 책을 놓아두는 거에요.
깔끔떠는 성격이라도 집안 구석구석 공간을 조금 차지하더라도 책을 두어보세요. 책장에 딱 일렬종대로 꽂혀있는 책들 말고, 거실 바닥이든 식탁이든 화장대 위든 침대 위든 아이들 방이든. 내가 걸음걸음이 닿는 곳에 가벼운 책도, 읽고 싶은 책도 군데군데 놓아보는 거에요.
